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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4-14 19: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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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의 소녀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처녀작 ‘프랑켄슈타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포 소설 중 하나이다. 19세기부터 영화, 연극, 드라마, 뮤지컬까지 다양한 변주의 소재가 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뮤지컬이 화제다. 충무아트홀 개관 10주년 기념작으로 기획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다.

‘잭더리퍼’ ‘삼총사’ 등을 연출해온 왕용범이 작.연출을 맡았고, 이성준 작곡가가 함께 작업했다. 실력 있는 배우들이 생명을 창조하려는 집념을 가진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피조물 ‘괴물’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전쟁터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구하게 된다. 의기투합해 실험에 매진하지만 종전으로 연구 지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연구실을 프랑켄슈타인 성으로 옮겨 생명 창조 실험을 계속해 나간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피조물이 창조되지만 홀연 사라지고 만다. 3년 후, 빅터 앞에 괴물이 되어버린 피조물이 나타나 복수가 시작된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집착한다. 그의 연구에 대한 신념과 열정은 뒤틀린 유아기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의 어린 시절의 불행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 빅터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정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 공감은 피조물의 탄생에도 영향을 미쳐 1막에서 탄생한 피조물이 괴물이 되어버린 2막에서는 그의 잔혹함에도 가슴이 시리다.

전 배역이 1인 2역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이 작품의 1막과 2막은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막이 빅터와 앙리를 중심으로 한 생명창조, 신에 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2막은 태어나자마자 인간세상의 탈을 쓴 짐승의 세계로 내던져져 괴물이 되어가는 피조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연, 누가 인간이고 누가 괴물인가?

서늘한 목소리, 복수를 예고하는 괴물의 모습은 스산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도 그 스산한 모습에서 쓸쓸함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인간을 동경한 괴물...팔, 다리, 몸통, 머리까지 모두 짜깁기해 만들어졌으나 그의 마음만은 온전히 하나였다. 그가 끝없는 고통 속에서 인간에 대한 모든 희망을 잃고 부르는 ‘나는 괴물’ 넘버는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괴물 역의 두 배우가 보여주는 어마어마한 역량에 찬사를 보낸다.

빅터와 앙리가 함께 꾸었던 꿈. 다만 눈부신 이상에 지나지 않았던 꿈은 운명처럼 이어진 사건들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꿈의 결정체는 그가 되살리기 원했던 소중한 사람이 아니고 말 그대로 피조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그 다음을 생각지 않음으로 자신보다 고독하고 더욱 서글픈 생명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그 결과로 그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 또한 그가 자초한 것이다.

그러나 괴물은...원하지 않았던 삶을 살아야했다. 그의 창조주는 그를 ‘사랑’하지 않고 원하던 존재가 아니라고 다만,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은 의미가 있다. 복수임에도 의미가 있다. 서글픈 것은 그가 그의 의지로 내민 첫걸음이 설렘 가득한 빛을 향하지 못하고, 핏빛으로 얼룩진 복수의 길이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것은 자신의 선택이었기에 그에겐 오히려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자신을 만든 그 손에 운명을 맡기는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몰입으로 관객들을 이끌어가는 뮤지컬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경이로울 정도로 세 시간 가깝게 찰나도 지루하거나 다른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러나 완급조절은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원작소설보다도 개연성을 높인 스토리도 좋고 실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무대장치, 의상, 음악의 흐름이 온전히 이야기를 살려주는 것까지 완성도가 높았지만 너무 강한 음악이 이어지다보니 끝나고 나오는 길엔 지치는 느낌이 있다.

대한민국 창작뮤지컬이 이토록 멋진 성과를 보여준 것이 기쁘다. 크리에이티브들과 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충무아트홀 모두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정말 우리의 작품이 해외로 나가는 길이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는 5월 11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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