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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4-23 16: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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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이 나와 공연을 소개한다. 관객에게 말을 건다.

“당신은 남자입니까?” “당신은 여자입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인도 배우들과 우리나라 배우들이 함께 공연하는 작품 ‘바후차라마타’가 시작됐다.

‘바후차라마타’란 인도의 히즈라들이 섬기는 신의 이름이다. ‘히즈라’들은 남성, 여성으로 구분 지을 수 없는 제 3의 성을 가진 이들을 말한다. 연극 ‘바후차라마타’는 히즈라뿐만 아니라 남과 여라는 성의 이분법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모든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배우들은 각자 자기소개를 한다. 인도배우들이 말을 할 땐 영상으로 자막이 나오기도 하고 우리배우가 통역을 하기도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름, 나이, 언제부터 자신이 남자임을, 여자임을 인식했는지, 혹은 그런 생각으로 인한 고민과 주변의 시선, 상처, 폭력에 대한 것들을 아주 담담하게 고백해온다. 마치 관객들을 상대로 고해성사라도 하는 것처럼.

한바탕 춤판이 벌어지고 이야기가 시작되고, 자연스레 연출이 들어와서 연극을 만들게 된 배경을 이야기하고. 굉장히 자유로운 공연이었다. 그럼에도 부분의 관객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도록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문득, 차근차근 자신들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목소리가 참으로 다정해 절로 그들의 편이 되었던 것 같다.

남자, 여자. 이분법적인 세상에서 당연한 듯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로 트렌스 젠더들의 이야기들을 듣기도하지만 FtoM(Male-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 MtoF(Female-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같은 것은 매우 생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30여명의 사연을 듣고 있으려니 우리 사회의 곳곳에 함께 있으면서도 없는 듯 살아가는 그들이 안쓰러웠다. 정체성과는 상관없이 그저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이야기의 사이사이 무용공연이 이어졌는데 꼭 제례 의식같이 느껴졌다.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퍼포먼스로 보여준 것이었는데, 마두금(몽고 찰현 악기), 반수리(인도 대나무 관악기), 인도 타악기, 건반으로 이뤄진 음악이 더해져 어딘가 친근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어쩐지 그들의 삶처럼 다가왔다. 틀린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를 뿐인 그들과.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과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정하기까지의 혼란과 스스로에게 가해지는 상처를 견뎌내는 것은 몹시도 아픈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가 아닌,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없는 것이기에 그들은 그 과정을 버텨낸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려지고 찔려 피를 철철 흘릴 지라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 ‘나’로 살아가기 위한 전쟁을 치루는 것이다.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묻고 말을 걸어오는 연극의 자유로움이 좋았다.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없는 듯 지내던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끄집어내 거북하지 않게 다가와주는 형식도 참으로 좋았다. 무엇보다 생각과 느낌을 강요당하지 않고 자연스러워 좋았다.

중간에 관객들을 무대 위로 초대해 관객으로서의 시선을 다르게 하는 시간이 있다. 객석에서 자리를 옮겼을 뿐이고 여전히 관극하는 것이었지만 그토록 필사적인 몸부림이 바로 앞에서 펼쳐지자 감정의 폭이 커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배우들의 생생한 감성은 그 이야기들이 갖고 있는 진정성 때문이었고, 단지 시선의 변화를 줌으로 관객들에게 현장감을 전하고, ‘성소수자’들을 이야기를 통해 당당하게 세상 속으로 데리고 나온 것이다.

언어는 분명 편리한 소통의 도구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인간의 무한한 감정과 이야기들은 언어에 갇혀있는지도 모른다. 효과적인 도구인 만큼 언어는 벗어나기 힘든 ‘틀’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언어에 갇히지 않은 예술은 때로 벅차게 다가와 존재전체를 뒤흔들기도 한다.

언어의 틀에 갇혀 여자, 남자로 당연하게 살아가는 세계. ‘틀’에서 벗어나면 자유로워질까, 아니면 또 다른 틀로 옮겨지는 것뿐일까. 다만, 스스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지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마음은 진심이다. 진심을 알아봐줄 것인가, 아니면 외면할 것인가. ‘틀’속에 안주할 것인가 고민한다면 그곳이 바로 자유가 시작되는 곳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아닌 ‘우리’라는 당연한 사실이 마음에 담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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