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극장에서 극단 걸판의 오세혁 작/연출의 ‘늙은 소년들의 왕국’을 관람했다.
이 연극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두 딸에게 배신당해 광야를 해매는 리어왕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주인공인 라만차의 사나이 돈키호테가 백발이 성성한 나이에 무사수업의 길에 올라, 노숙자들로 가득 찬 서울역 광장에서 두 사람이 만나 어울리도록 만들고, 노숙자들 속에서 생활하며 겪는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었다.
노숙자(露宿者) 또는 노숙인은 주로 경제적 빈곤으로 인하여 정해진 주거 없이 공원, 길거리, 지하철 역사 등을 거처로 삼는, 도시에서 생활환경이 제일 나쁜 빈민 계급을 말한다. 거주지가 없기 때문에 홈리스(the homeless)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실직상태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자 노숙자(노숙인)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 역이나 지하도 주변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식적 용어는 ‘부랑인’이었다.
노숙자가 된 원인은 "개인적 원인"과 ‘사회적 원인’으로 구별할 수 있다. 개 개인이 노숙자가 되는 과정은, 질병 및 사고 등에 따른 노동력의 손상, 가출이나 이혼 같은 가정문제, 실업과 사업의 실패 등으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에 따른 사회 안정망의 부재로 보는 게 일반적이며, 노숙자라고 분류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적절한 주거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여성이 노숙자 되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실직 남성 노숙자와 조금 달리하는데, 실업 상태의 남성은 사회-경제적 안전망의 부재가 중심 화두라면 여성의 경우에는 가족 관계 안에서의 발생하는 가정 폭력 등 가부장적 가족 구조 속에서 갖는 여성의 지위 및 가족(주로 남편)에게 예속되어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가족과 단절이 되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기능 수행의 부족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우에는 양육이라는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노숙인의 규모는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이하여 구조조정 등으로 갑작스럽게 노숙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1999년 2월에 6,300 명, 2001년 6월 경에는 전국에 6,364 명, 2004년 12월에는 4,900 명으로 조사되었다.[1] 2011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주거취약계층 전국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거리노숙인은 2,689명, 부랑인 시설 이용 인구(현재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랑인이라는 용어는 폐기됐으며 ‘노숙인 등’으로 통일되었다) 8,160명, 노숙인 쉼터 이용 인구 2,636명, 응급잠자리 이용 인구 508명으로 조사됐으며 그 외 쪽방, 여인숙, 여관,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 유형별 주거취약계층 인구를 모두 합하면 총 261,038명으로 파악되었다.
‘늙은 소년들의 왕국’에서 리어왕과 돈키호테가 서울역 광장에서 노숙자들과 생활한다는 것에는, 신분의 고하나, 학문의 깊이와 관계없이, 노년에 접어들면, 노숙자가 아니라도, 길거리를 방황하게 되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탑골공원근처에 운집해 있는 노인들뿐만 아니라, 처처에 노인들이 모여들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모습은, 전혀 타인의 모습 같지가 않다.
이 연극에서 두 주인공이 노숙자들 틈에 끼어있는 백성이라는 한 소년을 감싸는 모습은, 지하철 노인 석에 앉은 노인들이, 젊은 어머니가 데리고 탄 어린이를 보는 순간, 무표정하던 모습에서 미소가 번지고, 아이에게 손을 내밀며, 말을 건네는 모습과 동일하다.
연극에서는 각종 종교단체나 자선단체가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장면도 낯이 익은 장면이다. 그리고 노숙자들에게 다가서는 각 정당의 정치초짜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물론 수구 꼴통 모습의 두 주인공이, 소년 백성만 감싸는 모습에, 노숙자들이 반감과 반기를 들게 되고, 백성을 납치해 감금하고, 폭력까지 휘두르니, 리어왕과 돈키호테는 사력을 다해, 백성을 구해낸다.
연극의 도입에, 가창력이 뛰어난 여배우가 모든 출연자들이 원형의 동선을 그리며 움직이는 한 가운데에서 열창하는 모습, 노숙자들 틈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리어왕의 모습, 그리고 대단원에서 마포포대를 덮고 쓰러져 있는 노숙자들에게 백성이가 다가가 포대마다 한줌의 꽃을 뿌리는 장면 등은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도창선, 이승기, 김태현, 최현미, 이승구, 윤정욱, 이중길, 김승준, 송영미, 안진혁, 류성국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을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주최 게릴라극장/셰익스피어협회, 무대 김수희, 조명 이현승, 음악 박기태, 움직임 강수아, 드라마터그 김향희, 홍보 진행 이빛나 등 스텝 모두의 열정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걸판의 오세혁 작/연출의 ‘늙은 소년들의 왕국’을 한편의 시사성이 높은 문제연극으로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