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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5-22 1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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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시티 TM스테이지에서 극단 독립극장의 천정완 작, 배건탁 연출, 김민호 예술감독의 ‘수안보’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수안보라는 라이브 클럽에서 악사노릇을 하는 60대 남성과 노래를 부르는 중년 여가수, 그리고 지배인과 종업원, 그리고 신참여가수가 보여주는 삶의 단편이다.

무대는 ‘수안보 라이브 클럽’의 내실이다. 칸막이벽으로 배경을 가릴 수도 있고, 벽을 이동시키면 배경전체가 드러나고, 바로 그 전면에 마치 주렴형상의 차단막이 늘어뜨려져 있다. 이 주렴은 벚꽃으로 묘사가 되기도 한다. 무대 오른쪽에 등받이 긴 나무의자가 있고, 왼쪽에도 긴 나무의자가 있다. 대단원에는 주렴 안쪽 오른편에 긴 나무의자가 보인다. 마이크나 전자기타가 보이지만, 노래는 반주 없이 부른다.

연극은 도입에 나이든 악사가 벚꽃을 찬미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해마다 벚꽃이 피는 계절을 기다리며 산다는 이야기도 한다. 암전이 되고 조명이 다시 들어오면, 수안보 라이브 클럽의 여가수의 고함소리와 함께 젊은 남성 종업원이 중년의 여가수를 손님으로부터 떼어내어 내실로 들어온다. 여가수는 계속 욕지거리를 손님에게 퍼붓고, 종업원은 말린다.

여가수는 손에 든 술병을 입으로 가져간다. 종업원에게 안주를 가져다 달라고 한다. 종업원이 안주를 가져올 때 쯤, 지배인인 실장이 등장하고, 실장의 꾸중에, 종업원은 다시 손님들 있는 곳으로 뛰어나간다. 나이든 악사나, 중년 여가수나, 모두 실장에게 공손한 모습을 보인다. 실장은 이와는 반대로 몹시 거만하고 거친 행동으로 악사와 여가수를 대한다. 어쩌면 출연 장소를 구하기 어려운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악사와 가수들의 현실인 듯싶다.

나이든 악사는 오래전에 헤어진 딸을 수소문해 찾고, 여가수는 노래와 술과 손님접대로 세월을 보내는 성싶다. 그런데 젊은 남자종업원은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위인 이 여가수를 좋아하고, 여가수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그녀를 결혼상대로 생각한다.

이들의 생활 속으로 신참 여가수가 등장한다. 젊고 매력적인 모습에, 가수로의 첫발을 라이브 클럽에서 딛는다는 설정이다. 친딸을 찾기 위해 흥신소에 돈을 입금시키는 나이든 악사의 끈질긴 의지가 휴대전화 통화로 나타나고, 경남 사천에서 악사가 찾는 인물과 흡사한 사람을 보았다는 통화소리에, 악사는 그길로 사천으로 내려간다.

다음날 업소에 서너 시간 지각을 한 악사에게, 실장은 그만두라고 못을 박는다. 악사가 사정을 해보지만, 실장에게는 통하지를 않는다. 지켜보던 여가수가 한번만 봐드리라고 실장을 달랜다. 그래도 꿈쩍 않으니, 여가수는 다가가 몸을 밀착시킨다. 그러자 겨우 실장은 마음을 돌리고, 여가수에게 다가간다.

신참여가수는 나이든 악사에게 관심을 보인다. 두 사람은 벚꽃 잎이 흩날리는 외진 장소로 산책을 나가고, 나이든 악사가 꽃을 꺾어다 주면서 두 사람은 나이를 초월해 가까워진다. 신참 여가수가 나이든 악사에게 우리 사귀자는 이야기를 하니, 악사는 딸 같은 나이의 여가수에게 안 된다고 거절을 한다. 그러나 신참여가수가 살포시 다가가니, 마지못해 응하지만 악사의 진심이 은연중 전달된다.

신참 여가수는 망사목도리를 풀어 돌돌 손에 감아쥐고, 악사에게, 이 망사목도리를 단추라고 생각하고 꽉 눌러, 과거를 지워버리고, 인생을 다시 시작할 의향이 없느냐고 묻는다. 악사는 과거를 지우지 못하겠노라고 한다. 지워보았자, 똑같은 인생이 되풀이 될 것 같다면서.

라이브 클럽 실장과 나이든 여가수가 가까워지니, 이 여가수를 좋아하는 종업원의 심정이야 오죽하랴? 종업원은 항의를 하고 애원도 하지만, 여가수의 태도는 완강하다. 물론 젊은 종업원의 장래를 위해 애써 냉정함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지만.

장면이 바뀌면 여가수의 고함과 함께 종업원이 여가수를 말리며 내실로 끌고 들어오고, 이번에는 실장이 여가수에게 행패를 부린 손님을 때려 쫒아 보냈다며, 주먹을 만지며 들어온다. 여가수가 실장에게 다가가 손목을 어루만져준다. 실장과 여가수가 입을 맞추는 모습을 바라보는 종업원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암전된다.

젊은 가수와 사랑을 나누게 된 나이든 악사는 인생을 바꾸기로 결심을 하고, 대중음악과 관련된 선발대회에 출전해 수상을 하고, 음반도 내게 되고, 매니저까지 생긴다. 악사는 기쁜 마음으로 신참 여가수에게 제일 먼저 전화로 소식을 전한다. 사랑한다는 소리와 함께. 그런데 신참여가수는 의외로 냉정함을 보이고, 꿈 깨라며 전화를 끊는다.

장면이 바뀌면, 나이든 여가수는 임신한 것으로 알려지고, 실장은 임신중절을 하라고 냉정하게 이야기하면서 여가수로부터 돌아선다. 나이든 악사와 종업원이 여가수가 입원한 산부인과 앞에 앉아있다. 악사는 종업원에게, 너밖에 없으니 여가수를 잘 보살펴드리라고 이야기한다. 종업원은 두 말 않고 성큼 병실로 다가간다.

장면전환과 함께 어느새 맺어졌는지 실장과 신참 여가수가 나란히 서있다. 함께 어디로 떠날 행색이다. 그러자 신참여가수가 수중에서 돈 봉투를 꺼내 실장에게 주면서 결별의사를 나타낸다. 실장은 돈 봉투와 신참을 번갈아 보다가 돈 봉투를 품에 챙기고는 두말 않고 사라진다. 신참여가수는 나이든 악사에게 전화를 한다. 자신은 수안보로 가겠노라고, 그리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전화를 끊는다.

대단원에서 주렴 안, 긴 나무의자에 앉아있는 신참 여가수의 모습은 누군가를 아련히 기다리는 듯싶다, 그 때 나이든 악사가 객석 뒤로부터 걸어 내려와, 벚꽃 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무대를 가로질러 주렴 안쪽, 신참 여가수가 앉아있는 긴 나무의자로 다가간다. 신참여가수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악사가 그녀 옆에 나란히 앉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나이든 악사로 김재건, 나이든 여가수로 원영애, 신참 여가수로 권기대, 실장으로 홍성인, 젊은 종업원으로 류대식이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아련한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예술감독 김민호, 조연출 신동길, 무대디자인 임은지, 조명디자인 조성오, 의상 이승무, 음악감독 작곡 신사빈, 분장 김지예, 사진 하형주, 음향 한 철, 다자인 김 솔, 음향오퍼 최수진, 조명오퍼 김재경, 기획 팀 플레이, 조성종, 이 난, 이문호, 김형준, 서진영, 김은혜, 차승용, 천정우 등 제작 진 전원의 힘이 하나가 되어, 극단 독립극장의 천정완 작, 배건탁 연출의 ‘수안보’를 벚꽃 잎이 함박눈처럼 흩날리듯, 한편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감상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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