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단'의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장)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은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윤성주)의 레퍼토리인 ‘단(壇)(2012년 초연)과 ’묵향(墨香)‘(2013년 초연)을 31일부터 오는 6월 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하루씩 교차 공연한다.
이번 교차공연은 지난해 10월에 처음으로 시도했던 국립무용단 ‘춤, 춘향’과 국립발레단 ‘지젤’에 이은 두 번째 시도로, 첫 번째 교차공연이 서로 다른 장르의 무용공연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었다면, 이번 교차공연은 국립무용단 사상 가장 파격적이고 스타일리시한 두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시도 됐던 레퍼토리 ‘춤, 춘향’은 국립무용단 창단 51년 만에 매진사례를 기록했고, 두 작품의 패키지 티켓은 국립극장 전체 패키지 티켓 중 가장 높은 판매율을 보이면서 마케팅과 관객개발 차원에서 교차공연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국립무용단은 최근 그들의 행보에‘국립무용단의 정체성이 무엇이냐’는 논란의 중심에서도, 국립레퍼토리시즌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전통을 기반으로 한 한국 춤의 현대화’라는 단체의 미션에 부합하는 창작활동을 그 어느 때 보다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 ‘단’과 ‘묵향’은 정구호의 연출로 의상뿐 아니라 시청각적인 모든 요소가 스타일리시하고 감각적이다.
‘단(壇)’과 ‘묵향(墨香)’은 기존의 스토리가 있는 무용극을 탈피해, 국립무용단의 새로운 작품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자 변화의 중심에 있는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시청각적 측면에서 일반 관객들이 막연히 갖고 있던 한국 춤은 고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전통을 소재로 동시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묵향'의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극장)
‘단’의 안무가인 안성수는 “‘단’의 동작들은 한국 춤을 기본으로 하는 무용수들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움직임”이라면서, 현대무용적인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한국 춤의 기본이 탄탄한 무용수만이 소화할 수 있는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연륜이 있는 무용수들이 출연진에 대거 포함됐다.
‘단’은 초연 때 작품을 주도했던 국립무용단의 간판 주역 무용수인 김미애, 최진욱, 장윤나가 출연해 밀도감 있는 무대를, 반면 이석준, 이요음 등 젊은 무용수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묵향’은 호흡과 발 디딤새 등을 살려 한국무용의 움직임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조재혁, 정소영과 같은 베테랑 무용수와 이석준, 이요음과 같은 젊은 무용수의 조화가 돋보인다.
‘단(壇)’과 ‘묵향(墨香)’의 연출뿐만 아니라 조명, 의상, 음악 등 안무를 제외한 모든 아트디렉팅을 담당하고 있는 정구호는 “한국 무용을 다양한 시선과 각도로 재조명해 한국 춤이 가지고 있지만 이전에는 한 번도 시도 하지 않았던 시각적, 감각적인 신선함을 던져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 작품 모두 전통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재창조해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다면, 전통을 표현하는 두개의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단’은 개인의 삼라만상과 음양오행, 여성적이고 고요한 밤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동양적 세계관, 적색과 녹색이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하나의 큰 굿판으로, 암호를 해독하듯 작품에 녹아든 전통, 다양한 사상 코드들을 곳곳에 배치한 이 작품은 마치 밤의 어두운 장막 속에 숨겨진 보석들을 더듬어 찾아 나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묵향’은 한국의 유구한 역사를 받쳐온 뼈대 중 하나인 선비문화, 선비정신이 예술적으로 드러난 형태인 사군자를 표현했다. 화선지를 연상케하는 새하얀 4폭의 거대한 무대 위로 차례차례 그려지는 매난국죽 그림들은 마치 무릉도원 같은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면서 일상에 지친 관객들을 위로한다.
2012년 국립레퍼토리시즌의 시작과 함께 제작된 ‘단’은 현대무용안무가 안성수가 안무를 맡아 한국 춤의 원형인 굿을 미니멀하게 표현한 작품이고, 지난해 12월 초연된 ‘묵향’은 윤성주 안무 작품으로, 사군자를 모티브로 전통이 가장 모던한 현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