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김성녀/사진제공 국립극장
“변강쇠를 만들 때는 어렵기는 하지만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작품 자체가 센 작품이라 창극이나 마당놀이 등 여러 장르로 해봤지만 이번엔 젊은 연출가와 작가의 시각으로 보게 됐다”며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의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이 오는 11일부터 7월 6일까지 신작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연출 고선웅)는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됐던 ‘변강쇠전’에서 출발한다. ‘변강쇠라는 색골의 이야기’라는 ‘변강쇠전’으로 이미지와 다분히 거리를 두고, ‘변강쇠’가 아닌 그의 여자로서 원작에 등장하는 ‘옹녀’에 시선을 맞췄다.
이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정력남 변강쇠에만 맞춰져 있던 시선에 점을 찍고, 새로운 ’옹녀‘의 시대를 펼쳤다. 고선웅 작/연출은 “작품을 선정할 때 변강쇠 내용을 보면서 외설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느낌보다는 오히려 격조가 있어 보였다”면서, “오히려 옹녀가 생각보다 큰 비중을 가진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후반부에 가서 힘이 떨어진 부분을 잘 보강하면 변강쇠와 옹녀의 캐릭터가 잘 확립돼 완성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고 연출은 주인공 변강쇠가 아닌 옹녀로 설정했고, 옹녀는 색녀가 아닌 상부살로 인해 갖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열심히 살아온 열녀로 탈바꿈시켰다. 결말은 원작과 달리 옹녀가 변강쇠의 사랑이 새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꾸며 원작이 지닌 해학성은 그대로 두면서, 캐릭터는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창조해 유실한 판소리 ‘변강쇠전’을 완성도 높은 창극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작품은 노래의 비중이 높다. 이를 위해 국악그룹 ‘푸리’의 멤버이자 안숙선 명창의 애제자이기도 한 한승석 중앙대 교수가 맡았다.
한 교수는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대본은 보고나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소리꾼인 나 자신도 ‘변강쇠전’에 대해 매우 협소한 생각들을 갖고 있었다”면서, “‘옹녀’라는 여자를 음녀로만 보지 않고, 외세 침탈로 점철된 우리나라 여인들의 신산스런 삶의 역사와 결부시켜 풀어낸 것이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이어 “게다가 변강쇠와 옹녀의 성적인 코드를 사랑이야기로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생명으로 이어지는 여자의 생산성과 생명력으로 연상시켰기에 무릎을 탁쳤다”고 덧붙였다.
변강쇠와 옹녀라는 강한 캐릭터 외에도 이 작품에는 재미난 사물들이 등장한다. 각양각색의 장승들로 변강쇠와 옹녀의 첫 관계를 두 눈 뜨고 구경할 수 밖에 없는 청석골 남녀장승 커플, 호색할매와 순정할배 커플, 마을의 신녀(쎈 여자)들과 야간놈(약한놈)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이 작품에서 음녀가 아닌 열녀로 새롭게 태어난 옹녀 역에는 김지숙과 이소연이 캐스팅됐다. 배우 김지숙 씨는 “배우는 매 작품마다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변신하는 것이 배우의 역할로, 연습할 때도 늘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연출과 혼연일체가 돼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면서 작품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옹녀 김지숙/국립극장 제공
젊은 옹녀의 이소연 씨는 “‘변강쇠전’을 선정했다고 해서 색이 많은 창극이라고 생각했는데, 드러나지 않는 격조있는 색을 잘 표현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음탕하지 않고 내면에 있는 섹시미를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그녀의 남자 변강쇠 역에는 김학용과 최호성이 함께한다. 배우 김학용은 조승우의 데뷔작이자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의 월매 역으로 출연했던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에서 방자 역을 연기했던 김학용은 자타공인 해학 캐릭터 전문배우이다.
또 젊은 변강쇠 역의 최호성은 2013년 입단한 신예로, 28살의 나이답지 않은 굵고 시원한 소리를 자랑한다. 그는 “내 이름은 오동구에서 여자가 되고 싶은 트랜스젠더 역을 맡은 적이 있어 중요배역을 맡은 두 번째 작품으로, 특색있고 재미있는 인물을 맡게 돼 기쁘다”면서, “창극단의 선배들과 출연해 가슴에 돌덩이를 얹은 듯이 무겁긴 하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도록 옹녀에게 더욱 집중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창극단 작품치곤 이례적으로 19세 불가 이유’에 대해 김성녀 예술감독은 “이 작품에는 유랑민의 아픔이나 장승문화 등 우리전통에서 중요한 문화들을 접하는 부분이 상당하다. 묘사가 맛깔스러운데 그런 묘사가 외설적으로 들릴 수 있다”면서, “외설적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우리 고전에서 12마당에 들어가 있는 목록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더 맛있는 변강쇠전을 만들려고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김 예술감독은 이어 “워낙 작품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18세 미만으로 시작해서 이번 공연을 통해 연출자와 작창자의 말대로 명예회복을 하고나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그 다음에 해학이라는 것은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야한 이야기도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18세 이상이 붙지만 온 가족이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