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IPTV 시장의 확대에 따라 엇갈리는 명암의 한 갈래로는 음란물이나 정제되지 않은 에로티시즘 영화들의 범람을 들 수 있다. 최근 국내에는 극장개봉이 아닌 부가판권을 의식해 쏟아져 들어오는 해외의 에로틱 영화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상반기 극장가에서 말초적 자극에 중점을 두던 종전의 에로티시즘과는 달리, 캐릭터와 스토리에 빠져 들게 하는 신선한 에로티시즘으로 관객들의 입맛을 사로 잡는 영화들의 개봉이 이어져 눈길을 끈다.
201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올해 1월 국내 개봉 당시 3시간이라는 긴 상영시간에도 다양성영화로는 기록적인 5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상반기 다양성영화 최대 히트작의 반열에 오른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그리고 제6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제29회 선댄스 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평단의 호평과 함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있고, 얼마 전 열린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가장 빨리 전 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해서 최대의 화제작의 면모를 입증하기도 한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영화들이다.
이와 같이 국제영화제에서 인정한 작품성이 국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 두 영화가 수위 높은 에로티시즘을 구현하고 있음에도 다양한 관객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섹슈얼리티가 아닌, ‘열정과 자아찾기’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거침없는 육체적 쾌락추구는 격정적인 사랑(<가장 따뜻한 색, 블루>)과 숨막히는 욕망부재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동기에서 출발해 결국 주인공들의 성장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두 영화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국제 무대에서 화제를 끌었을 뿐 아니라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파격적인 에로티시즘을 다뤘다는 측면에서 자주 비교의 대상이 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