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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6-20 14: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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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꽃, 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연출 : 최치림 교수)는 고대 한반도에 자리했던 나라의 왕자와 공주의 사랑이야기이다. 원래는 사이가 좋았던 두 나라는 한 나라가 영토 확장에 욕심을 갖게 되면서 평화가 깨어지고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서 결국 사랑도 잃어버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대라는 배경을 가지고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특히 진도 씻김굿과 라이브로 이뤄진 음악, 조명과 영상, 그림자 연극을 통해 이미지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한 씻김굿이 무대에서 재현되고 입체적인 영상 또한 과하지 않게 사용돼 시공간을 초월하는 작품의 여백을 잘 채워주고 있다.

어릴 때부터 정혼자로 서로를 마음에 품고 자랐으나 전쟁에서 승리한 왕자와 패한 나라의 공주로 두 사람의 모습은 안타깝다. 서로를 알아보고도 모른 척 시선을 돌리면서도 가슴에 내려앉은 꽃은 자꾸만 피어나려 한다. 물처럼 부드럽게 스며드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바람처럼 흩어지는 마음은 채 피지도 못한 채 스러지는 꽃잎처럼 서글프다.

운명적인 두 사람의 사랑과 함께 커다란 줄기는 죽어간 백성들과 왕이었던 아버지, 자결한 어머니, 그리고 여전히 한 나라에 충성을 다하다 죽어간 신하들의 넋을 위로하려는 진혼굿이다. 남아 있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도 공주는 그 땅에 흩뿌려진 피를 위로하기위해 끝까지 진혼굿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마치 이룰 수 없는 자신들의 사랑 또한 위로하려는 듯.

역시 ‘운명적인 사랑’처럼 좋은 소재는 없다. 누구나 원하지만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것이어서 일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더 애달프고 안쓰러워 마음에 남는다. “왕자님은 부디 피를 보지 않는 왕이 되소서”라면서 자신의 사랑마저 내려놓으려던 공주는 정체불명의 화살을 맞고 왕자의 품에서 눈을 감는다.

다만, 사랑이어도 누구에게는 정치적인 이유가 되고, 다른 입장에게는 걸리적거리는 돌부리에 지나지 않고, 당사자에게만 잊을 수 없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뿐인 것이다. 그러나 또한 이루어졌더라면 그 아련한 아름다움이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결국 잃어버렸기에 아름답게 남겨진 것은 아닐까. 죽음이 있기에 삶이 더욱 찬란하듯이.

운명적인 사랑의 아름다움에 비해 죽음을 이야기하는 진혼굿은 상당한 할애에도 극 속에 녹아들지 못한 느낌이 있어 아쉽다. 고대와 현대의 어우러짐이 좀 더 자연스럽다면 더 아름다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연출가 최치림과 극단 자유의 김정옥 작가, 미술 총감독으로 이병복이 함께 만들어 낸 연극 ‘꽃, 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는 우리 고유의 미를 세련되게 표현했으며 채진희, 정재연, 홍지우, 변주현, 박웅, 오영수, 권병길, 염철호, 박민관, 백종오, 남기오, 김수환, 조이경, 남국현, 강신혜, 김유민, 신혜옥, 양용은, 박성훈, 이준희, 배대영 등 극단 자유의 신구 세대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오는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6회 시어터 올림픽스' 초청작으로 ‘꽃, 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를 비롯해 윌슨의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 다다시의 '리어왕' 등 총 7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씨어터 올림픽스는 로버트 윌슨, 스즈키 다다시, 유리 류비모프, 월레 소잉카 등 세계적인 공연예술가, 평론가, 예술행정가, 학자 등이 참여하는 국제연극제로, 현재 14개국 14인의 국제위원이 소속돼 있다. 그리스 아테네에 본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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