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나 사진만 보면 ‘게이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프리실라’는 단순히 동성애자, 트렌스 젠더의 시선만 그린 뮤지컬이 아니라 가족과 우정, 사랑, 감동을 그린 진정성 있는 뮤지컬이다”
뮤지컬 ‘프리실라(연출: 이지나)’에서 아담 역을 맡은 조권의 말이다. 프레스콜이 열리고 악성댓글이 달려 마음고생을 하게 되고,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일련의 과정이 낯설지 않다. 이 작품 속에 나오는 이들의 여정이, 삶이 또한 그렇지 않았던가?
마돈나의 ‘Like a Virgin’, ‘Material Girl’, 신디 로퍼 ‘Pop Muzik’, 도나 썸머 ‘Hot Stuff’,
‘It’s Raining man’, ‘I’ll Survive’ 등 굳이 그 세대가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메가 히트 곡들로 이뤄진 주크박스 뮤지컬인 ‘프리실라’는 토니상, 아카데미상, 올리비에상, 드라마데스크상 등 전 세계 메이저 어워드 작품상, 의상상 등을 수상했다.
동명의 호주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프리실라’의 줄거리는 게이지만 아내와 아이가 있는 틱이 아내의 부탁으로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쇼를 하기 위해 떠날 것을 결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표면적으론 쇼를 하기 위해서지만 실은, 아이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두려운 틱, 남편이 죽고 울기도 지쳐 기분전환도 할 겸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버나댓, 세상에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싶은 아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리실라’라고 이름붙인 버스를 타고서.
쇼 뮤지컬답게 처음부터 신나는 음악과 춤이 쏟아져 나온다. 톡톡 튀는 대사들은 가볍지만 가끔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상당히 수위가 높은 욕설이나 19금대사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소재와 상황에도 이야기는 심각하거나 무겁지 않다. 오히려 그들의 즐거운 여정을 함께 하다 보니 어느새 동화가 되어서일까 막판에는 가슴이 찡하고 코끝이 시큰해진다.
여전히 사회는 튀는 것을 싫어한다. ‘상식’이 주인이라도 되는 듯, 조금이라도 튀는 사람을 보면 정석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마련이다. 사실, ‘상식’적인 사람은 들여다보면 그리 많지 않음에도. 어쩌면 나의 독특함 때문에 공정하지 못한 일을 당할까 두려워 조금 더 튀는 누군가에게 덮어씌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군중심리를 이용해 남들까지 선동해가며.
그래서 오히려 틱과 버나댓, 아담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시원시원하다. 그들은 이미 그 단계를 뛰어넘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친구’가 있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너무나 소수이기 때문에 적어도 그들끼리의 세상은 단단한 애정과 이해가 존재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이들에게 받는 오해와 비난은 곁에 있어주는 한 두 사람으로 충분히 치유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유쾌한 웃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은 어마어마한 무대의 힘 때문이다. LED로 번쩍이는 프리실라 버스와 거대한 반짝이 구두, 깃털 드레스, 형광색의 의상, 꽃으로 장식된 거대한 모자, 약 500여벌의 화려한 의상과 머리 장식, 배우들의 호연으로 객석에선 박수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조성하와 언제나 변신에 성공하는 팔색조 배우 고영빈, 여자보다 예쁜 남장 여자 역에 최적화된 김다현이 주책이지만 사랑스러운 버나댓, 이야기의 중심을 잡고 있는 틱 역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이후로 무한 신뢰와 애정을 받고 있는 마이클 리와 이지훈, 이주광, 넘치는 끼와 섹시함을 마음껏 발산하는 싱크로율 200% 김호영과 조권이 신예 유승엽과 아담 역을 맡아 즐거운 여행으로 초대하고 있다.
보이는 모습은 그럴듯하게 꾸며낼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는 법이다. 여전히 사회의 소수자로서 비난과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어쩌면 누구보다 자신답게 살기 위해 용감한 길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그들의 진실한 모습은 진한 여운으로 마음에 남는다.
한편, 뮤지컬 ‘프리실라’는 오는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