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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9-05 13: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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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 사람의 배우, 그리고 한 대의 피아노만으로 공연장은 팽팽하게 조여져있다. 숨소리조차 방해가 될까 여타 공연장과는 다른 고요함이 느껴진다. 클래식하고 유려한 피아노의 선율이 크레셴도와 데크레셴도를 반복한다. 작품은 무대 위에서만이 아니라 객석까지도 텐션 가득한, 뮤지컬 ‘쓰릴 미’ 이다.

뮤지컬 ‘쓰릴 미(연출 :박지혜)’는 스티븐 돌기노프(Stephen Dolginoff)가 작사, 작곡, 대본을 모두 맡은 작품으로 2007년 초연이후 해마다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1924년 시카고, 전대미문의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허세로 가득하지만 실은 나약했던 그(리차드 로엡)과 그와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마저 던져버린 나(네이슨 레오폴드)의 아슬아슬한 심리극이다.

가석방 심의위원회에서 나의 일곱 번째 가석방 심의가 진행된다. 37년 전, 나와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신랄한 질문과 비판이 이어진다. 그들은 보고서에 쓰인 내용이 아닌, 진실을 듣고 싶다고 나를 채근한다. 나는 37년 전, 그와 함께 했던 날들을 회상한다. 아무도 모르게 저지르는 범죄에 탐닉하던 그, 그와 함께 하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았던 나. 두 사람의 치기 어린 젊은 날이 펼쳐지며 점차 긴장감이 더해진다.

누가 누구를 조종했는가?

단 한 줄의 부제 속에 내포되어 있는 뜻은 흥미진진하다. 그(리차드)인가? 나(네이슨)인가?
겉으로 보기에 늘 그를 따라다녔던 나. 실제로 네이슨의 IQ는 200에 가까웠다고 한다. 리차드 역시 160정도의 지능을 가졌단다. 그 좋은 머리로 그들이 택한 것은 바로 ‘자극’이었다. 두 사람은 평범한 삶이 흘러가는 것이 못 견디게 지루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멈출 수 없었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그만두길 원치 않았던 때문이다. 리차드의 자극에 대한 갈망은 갈수록 제어할 수 없을 만큼 커졌고 결국 ‘나’는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를 따라간다. ‘너무 멀리 왔어’라고 후회하면서도 그의 뒷모습을 좇는다. 그리고 ‘나’는 결국 자신의 삶을 내 던져 ‘그’를 곁에 두었다. 과연 누구일까.

어떻게 하면 ‘나’가 자신을 도울지 알고 있었던 ‘그’. ‘나’의 반응을 살피며 교묘하게 조종하는 것처럼 보이는 리차드의 눈빛이 섬뜩한 것은 그 순간에도 그가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가 ‘나’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어서가 아닐까. 저항하다가도 이내 자신의 손바닥위로 내려앉는 날개 잘린 새처럼. 한참 우위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는 것을 즐긴 것일까.

반면에 ‘나’는 알고 있었다. 어린애 같은 범죄에 동조해선 안 된다는 것을. 그렇게 두면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걸. 그러나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를 자신의 곁에 두기 위하여 ‘나’는 자신의 빛나는 미래도 뒤로했다. ‘아무 이유 없는 살인’이라는 비난마저 감수했다. 중요한 것은 오직 ‘그’와 함께 있는 것. 그것은 사랑일까? 집착일까? 그가 그토록 ‘그’를 원한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결국 그를 잃고 그는 감옥을 빠져나오지만 그것은 그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이미 그가 없었기 때문에.

사실, 당시에도 두 청년의 범죄가 밝혀지면서 굉장한 센세이션이 되었던 것은 두 청년이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엘리트였기 때문이다. 전도유망한 두 청년이 저지른 잔인한 범죄와 화제가 된 것은 두 청년이 가진 성적 취향 때문이기도 했다. 사건은 그야말로 대중들이 즐길만한 요소로 가득했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은 비뚤어진 자기애와 광기어린 집착. 두 가지로 귀결될 뿐이다.

‘그’가 말한다. ‘결국 넌 날 멈췄어. 하지만 난 널 떠날 거야.’라고. 그는 그게 ‘나’에게 가장 큰 치명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상품으로 내 걸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그’도 마찬 가지였던 것.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치밀해질 때 느껴지는 긴장감은 이 뮤지컬의 압권이다. 숨이 막힐 만큼 굉장한 압박으로 서로를 몰아가는 두 사람의 심리게임이 흥미진진하다.

‘그’역할에는 지난해에 이어 어린애 같지만 치명적인 매력으로 ‘나’를 지배하는 송원근, 연장자인 만큼 어른스럽고 나쁜 남자인 에녹, 신사 같은 가면 뒤로 보이는 비열함이 인상적인 임병근, ‘그’에게 매달리는 나약한 모습 뒤에 ‘그’를 소유하고자하는 강렬한 욕망을 감추고 있는 ‘나’역할에 정동화, ‘그’를 원하지만 차갑게 대립하면서 소유하고자 하는 신성민, 순진하고 다정하지만 그래서 더욱 마지막 반전에서 사악해보이기까지 하는 정욱진 배우가 열연한다.

배우의 해석과 매력에 따라 전혀 다른 공연이 되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조종했는가, 이 흥미진진한 싸움이 궁금하다면 오는 10월 26일까지 유미플렉스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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