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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9-10 19: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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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김민정 작, 박혜선 연출의 ‘만파식적 도난사건의 전말’을 관람했다.

통일신라의 신문왕은 아버지 문무왕을 위하여 동해가에 감은사(感恩寺)를 지었다. 신문왕 2년에 엄청난 풍우가 일어 피해가 극심해 왕이 어쩌지를 못하고 번민에 쌓여있을 때, 용이 나타나, 부산(浮山)에 있는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면 천하가 태평해질 것이라 하여, 대나무 두 쪽으로 피리를 만들어 보관했다.

신문왕은 나라에 근심이 있거나 변괴가 생길 때마다 악사를 시켜 이 피리를 불게 하니, 이적(異蹟)이 일어나 만사가 평온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왕은 이 피리에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뒤 효소왕 때에는 화랑 한 사람이 사라지면서 만파식적도 사라진 일이 있었으나, 그 부례랑이라는 화랑이 되돌아오면서 만파식적을 다시 천존고에 보관하고,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만파식적은 악기이지만, 단군신화의 천부인(天符印), 진평왕의 천사옥대(天賜玉帶), 이성계의 금척(金尺) 등과 같이 건국할 때마다 등장하는 신성한 보물의 성격을 지닌다.

문무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신문왕은, 정치력의 결핍과 일본의 침입이라는 문젯거리를 타결하기 위하여, 지배층의 결집을 이룰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강력한 왕권을 상징하는 신물을 등장시켜 이러한 신화를 만들었으리라고 추측된다.

이런 방법으로 통일신라의 건국신화가 구체적 모습을 갖출 수 있었으나, 그 의의가 왕권에 국한되었기에, 신화로서의 영향력은 강하지 못했으리라는 생각이다.

연극은 도입에 천존고 박물관 건립 일에 초청된 길강이라는 악사가 피리를 불자, 박물관이 붕괴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피리를 불던 악사 길강은 붕괴된 건물더미 속에 갇힌다.

백색 화려한 의상의 박물관장이 등장하고, 각종 방송 미디어 매체에서 박물관 붕괴관련 특보를 경쟁하듯 방송한다. 이 사건을 대하는 미모의 박물관 여직원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피리를 불던 악사 길강이 무너진 건물 틈에서 살려달라는 부르짖음과 함께 시대는 1300년 전 통일신라의 효소왕 시대로 되돌아간다. 박물관장처럼 효소왕 역시 백색의 임금의상을 입었다. 효소왕은 천존고에 보관했던 만파식적을 도난당했다며, 신하들에게 찾으라고 명령한다.

만파식적이라는 피리에 ‘이 피리를 소유하는 자는 천하를 얻으리라’는 글귀가 쓰여 있어, 왕은 물론 신하들도 이 피리를 차지하려 애쓴다.

신하들 중 부례랑이라는 남장여인이 있고 무예가 출중하다. 남장여인도 만파식적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하고, 왕은 이 남장여인에게 몸과 마음을 밀착시킨다. 그런데 이 남장여인은 사랑하는 화랑이 있다. 후반부에 길강이 부례랑과 부례랑이 사랑하는 남자화랑과의 입맞춤을 보고, 부례랑을 동성애자로 오인을 한다.

효소왕이 왕권강화를 위해 만파식적을 찾으려는 노력과, 역시 신하들 중 만파식적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무리의 대결이 벌어진다. 격렬한 싸움을 그치게 하려고 왕이나, 신하들이나, 길강에게 피리를 불어줄 것을 요구한다. 피리의 힘으로 싸움을 진정시키려 들지만, 이상스럽게도 만파식적을 불어도 소리가 전혀 나지를 않는다. 결국 싸움으로 해서 모두 죽어버린다. 길강 역시 숨이 끊어진다.
장면전환이 되면, 다시 천존고 박물관 붕괴현장이 되고, 기자들 앞에서 백색의상의 박물관장이 만파식적의 신령스러운 위력 때문에 박물관이 붕괴되었다는 발표를 하면서 기자들도 이를 수긍하는 모습으로 회견을 마무리 하려 할 때, 돌연 여직원이 서류철을 들고 등장해, 박물관장과 건설업자가 짜고 부실공사를 함으로써 박물관이 붕괴되었음을 밝히고, 그간에 업자와 박물관장과의 비리를, 서류에 적힌 주고받은 금액을 증거로 제시한다.

대단원에서 미모의 여직원이 천존고 박물관의 새로운 관장이 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에는 정면과 좌우로 오르는 계단을 만들었고, 세 개의 계단 양쪽 모두를 등퇴장 로로 사용한다. 세 개의 계단이 합치는 공간도 두자 높이로 만들어지고, 극장 내부벽면 전체에 설치되어 있는 2층 난간도 동선으로 사용된다. 왼쪽 난간에는 타악기와 현악기 관악기의 연주석이 마련되어 있어, 연극의 도입에 연주자들이 등장해 자리를 잡고 앉는다.

김수현이 박물관장과 효소왕 역, 성노진이 기자와 화랑 그리고 병사 역, 오민석이 대신 병사 직원 역, 김주완이 만파식적 연주자 길강 역, 장선우가 기자와 무사, 채윤서가 박물관 여직원과 남장여인인 부례랑 역, 그리고 정현철, 강대진, 김대순, 장찬호 등이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으로 기량을 발휘한다.

미미, 서정민, 이경구가 아코디언, 가야금, 관악기 등을 연주해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무대 하성옥, 조명 황종량, 의상 강기정, 작곡 미미, 음악 김시율, 무술 이국호, 음향 이채욱, 소품 김소하, 분장 정지호, 샌드아트 이봄 지수, 무대제작 빅벨, 소품제작 이나래, 의상팀 홍문기, 분장팀 오하나 고혜진, 조연출 이다빈, 기술감독 신용수, 제작총괄 박현숙 그리고 그 외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김민정 작, 박혜선 연출의 ‘만파식적 도난사건의 전말’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다만 국립극단공연에서의 주인공의 비속어 대사와 상스런 욕설 남발은 자제해야 함이 마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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