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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9-12 17: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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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간 서울에서 극단 바람풀의 김경주 작, 박정석 연출의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를 관람했다.

무대에는 정사각의 입체조형물 일곱 개를 좌우로 나란히 늘어놓았다. 천정에는 조그만 갓을 씌운 백열전구 수십 개를 매달아 놓았다. 무대 삼면 벽은 천으로 가려지고, 조명효과에 따라 천의 안쪽의 인물군상이 드러나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근로자들이 입체조형물에 앉아 각자의 불평불만을 이구동성으로 털어놓고, 마치 시위를 하듯 고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정면 휘장처럼 드리워진 천을 들치고, 이들 근로자의 고용주 격인 인물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손잡이가 달린 사탕을 혀로 핥으며 등장해, 입에 발린 말로 이들을 진정시킨다.

근로자의 시위소리가 높아지자 돌연 날카로운 총성이 들리고, 총성에 놀란 근로자들이 허둥지둥 무대 밖으로 달려 나간다. 그리고 휘장 사이 구멍이나 늘어진 천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마치 조각상처럼 고정된 자세를 취한다. 중앙의 입체조형물에는 양팔이 없는 청년 한 사람만 남아 객석을 응시한다.

장면이 바뀌면 팔 없는 청년이 오랜만에 귀가해 어머니와 만나는 장면이 벌어진다. 어머니는 어려운 살림살이를 지탱해 온 듯, 차림새나 모습에 그 자취가 배어있다. 모자의 대화로, 아버지는 근로현장에서 두 팔이 절단이 되었고, 그래서 태어난 아들이 두 팔이 없다는 설정이다. 아버지의 행방은 묘연하고, 어머니는 별의별 짓을 다해가며 어렵사리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소개가 된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그동안 저축한 돈을 내놓는다. 당연히 어머니의 기뻐하는 모습이 무대를 환하게 만든다. 아들은 아이처럼 어머니의 품에 안겨 어머니의 젖을 물고 잠이 든다.

다시 근로자의 시위현장과 고용주의 등장, 근로자는 늑대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고용주의 부채사탕처럼 입에 발린 말이 계속되다가, 총성이 들리면서 암전된다.

팔 없는 아들이 다시 어머니 앞에 나타난다. 아들은, 금방 성매매를 했는지 하의를 추스르지 못한, 어머니의 옷을 제대로 입혀준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알린다. 뒤따라 붉은색 싸구려 의상의 젊은 여인이 등장한다. 젊은 여인은 아들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함께 살려고 왔다는 말을 한다. 당연히 어머니는 비좁고 누추한 집이라 함께 살기를 거부한다. 젊은 여인은 비속한 말을 어머니 앞에 퍼부으며 늑대처럼 으르렁댄다. 아들도 어머니에게 여인을 부탁한다. 그럴 때 남녀 경찰이 등장해 아들을 체포해 끌고 나간다.

장면이 바뀌면 붉은 의상의 여인이 만삭의 배를 끌어안고 쩔쩔맨다. 어머니는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는 말을 들려주며 며느리를 돌본다.

근로자들이 정사각의 입체조형물 위에 앉아 늑대울음소리를 내는 장면이 재현되고, 장면전환이 되면, 소경처럼 검은색 안경을 쓴 어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등장해 며느리 앞에 모습을 보인다. 소경노릇을 하며 구걸해 돈을 벌었다며 돈 자루를 꺼내 며느리에게 주고 안으로 들어간다. 며느리는 기뻐하며 자루를 받아 열어보고는 바닥에 팽개친다. 동전이 무대바닥에 산산이 흩어진다.

대단원은 근로자들의 늑대울음소리와 고용주의 등장, 그리고 총성계속과 함께 시위대가 한명한명 사살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현실 속 인간과 늑대의 세계에 초점을 맞춰, 무대 위에 한 폭의 움직이는 그림으로 그려낸, 새로운 표현주의 연극의 탄생이다.

박찬국, 천정하, 김규도, 손미옥, 지건우, 이훈희, 김정아, 주선옥, 김영진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호연은 물론 성격창출 면에서도 독특함을 드러낸다.

조연출 최영미, 무대디자인 김원현, 의상디자인 박근여, 조명디자인 류백희, 음악 전송이, 음향 윤민철, 진행 김범린.김하진.김연재, 그래픽디자인 김 솔 등 제작진의 열정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바람풀의 김경주 작, 박정석 연출의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를 연출력이 감지되는 한 편의 표현주의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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