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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9-12 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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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내 모습이 달라진다면?

한번 쯤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다고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이 힘들수록 상상 속의 모습은 더욱 그럴 듯하고 빛 속에 있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더 젊고 멋진 모습이 아니라 늙고 초라해진다면?

연극 ‘날짜 변경선’은 약혼녀인 효주와의 미래를 꿈꾸던 형빈이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 개발을 위해 ‘나우루’라는 섬으로 출발했다가 바다에 표류하게 되고 구조되었지만, 극한 상황 속에서 갑자기 65세 가량의 노인이 되어버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신의 아버지보다도 더 나이가 들어버린 형빈. 주변 상황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급박하게 달라진다. 겉모습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조금씩 현재의 모습에 맞춰지는 자기 자신에 대한 혼란과 함께 그런 그를 향한 다양한 시선 속에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 효주이다. 놓아주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미련 때문에 그럴 수도 없고, 지금 자신의 모습으로 그녀를 붙잡는 것은 이기적이고 나쁜 짓이라는 생각에 괴롭다.

효주 또한 그토록 사랑한 남자지만 손길만 닿아도 두렵고 여전한 눈빛이 낯설다. 그의 잘못이 아닌 일로 그를 떠나는 것은 죄책감이 들고 그러나 그녀가 그의 곁에 있으려 몸부림칠수록 주위의 시선은 차갑게 그녀를 질책하고 날선 언어들은 가슴에 와서 박힌다.

두 사람의 갈등과 슬픔이 실감났던 것은 젊은 형빈이 회상 속에 혹은 현실 속에 등장해 주는 장치 때문이다. 형빈이지만 현재가 아니기에 실체가 될 수 없는 그가 자꾸 나타나는 까닭은 효주가 그를 그리워하는 까닭이고 현재의 형빈이 아무런 기억도 경험도 없이 세월만 먹어버린 탓이다.

어떤 사람을 이루는 것은 보이는 육체가 먼저이지만 기실 그의 정신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가 가진 경험들, 추억들, 사람들....... 그런 것이 더해져 그 누군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이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나이만 먹었다면?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젊어지든, 날짜 변경선을 몇 번이나 오가다가 블랙홀에 빠져 몇 십 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버리든, 어느 쪽이든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재앙이 된다. 다만, 통제할 수 없는 무엇에 의해 원치 않는 모습이 되었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형빈의 모습은 울컥하게 만들어주는 무엇이 있었다.

놓을 수 없어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던 효주와의 사랑을 내려놓고서 인생의 마지막을 향한 무거운 발걸음을 선뜻, 내딛는 모습이 슬프지만 아름다웠다.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일지 몰라도 삶이란 그렇게 쉽게 내려놓아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 아픔을 어렴풋이 들여다 본 것이 전부이지만 조용히 응원해본다.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할 그들의 내일을.

인천문화재단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사업으로 제작된 연극 ‘날짜변경선’은 ‘운현궁에 노을지다’, ‘트라우마 in 인조’, ‘인물 신록 봉달수’의 극작가 김태수와 연출가 이상화가 극단 집현과 함께 만들었고, 날짜 변경선을 소재로 인간의 존재와 시간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전한다.

노인이 된 형빈 역에 조원희, 젊은 형빈 역에 드라마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김승현, 사랑과 갈등을 오가는 혼란을 보여주는 약혼녀 효주 역에 유지수, 이 밖에 최경희, 배기범, 석호진, 안성환, 임솔지 등이 여러 가지 인물로 분해 이야기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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