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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9-12 18: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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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어느 예술에서고 중요하다. 실제로 일어났으나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사실’로 존재하는 것보다 그 위에 그럴 듯한 이야기를 입혀 ‘진실’이라는 말로 포장하면 더 잘 팔리는 것이다. 연극 ‘즐거운 복희’는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는 인간을 만든다’는 주제로 ‘봄날’의 이강백 작가와 극단 백수광부의 이성열 연출이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어느 외진 호숫가에 펜션 마을이 들어선다. 새로운 계획을 가지고 펜션을 분양받아 모여든 사람들. 그 중 유명인사였던 장군이 갑자기 죽으면서 남은 사람들은 고객유치를 위해 장군의 딸 복희에게 슬픔에 찬 연기를 강요한다. 매일 장군의 무덤을 향하며 눈물짓는 복희를 통해 펜션을 광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복희가 무덤을 가는 내내 슬픈 음악을 연주해 그녀를 위로하고 장군의 넋을 기리던 나팔수와 그녀가 사랑의 도피를 하려하자 펜션의 주인들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하고 그 와중에 나팔수는 호수에 빠져 익사하게 된다. 그의 죽음조차 호수에서 밤이면 나팔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으로 둔갑한다.

연극은 실제로 일어났으나 평범했던 일들이 어떻게 이야기로 만들어지는지, 그 이야기가 누군가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결국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 아닌 전해지길 원했던 목적이 힘을 갖게 되는 과정을 은유와 상징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이 슬펐겠지만 1년 동안 내내 무덤이 있는 언덕을 오르내리며 슬피 우는 연기를 해야 했던 복희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함께 도피하자던 사람이 호수에 가라앉아 버렸을 때, 호수에서 나팔소리가 들린다는 이유로 펜션에 손님이 넘치는 것을 바라볼 때 그녀의 마음은 또한 어떠했을까.

끔찍한 것은 다른 펜션 주인들이 자신들이 강요한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되도록 복희를 가둬두면서도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혼자 남겨져버린 복희를 온갖 마케팅의 수단으로 만들어버리고도 그들은 자신들의 거짓을 외면하고 여전히 욕심에 사로잡혀있는 것이다.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듣고 싶은 것만을 골라듣는다더니 사람은 그렇게 합리화시킬 수 있는 가보다.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외면할 수 있는 것이다. 외롭지 않을 리가 없었을 복희를 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복희는 떠나버리고 의문스런 실종에 그들은 또 새로운 이야기를 덧입힌다. 또다시 ‘사실’은 이야기를 입고 ‘진실’로 둔갑하는 것이다.

복희가 배낭을 메고 떠나는 걸음은 경쾌해보였다. 이제 그녀는 ‘슬픈 복희’로 살지 않아도 된다.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지 몰라도 그 이야기에 눌려 강요당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제 슬픔도, 즐거움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고 온전히 그녀 자신의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복희’가 가능하지 않을까?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대사들이 당연한 듯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어렵지 않게 이야기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들이 이해되고 가끔 우습기도 하고 오싹하기도 하다. 과연 지금 들리는 이야기들은 허구인가, 진짜인가? 이 이야기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가? 생각해보게 만든다. ‘내 생각’이라고 믿어 왔던 것들 역시, 그렇게 강요당한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편,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의 2014 시즌 네 번째 작품으로 이성열 연출의 극단 백수광부가 공동 제작했다. 화가 역에 이인철, 백작 역에 이호성, 자서전 대필 작가 박이도 역에 강일, 과거 레스토랑 주인 김봉민 역에 유병훈, 과거 수학교사 남진구 역에 박완규, 복희를 사랑하는 건달 조영욱 역에 박혁민, 복희 역의 전수지 등 좋은 배우들의 호연이 이야기를 더욱 맛깔스럽게 전해준다. 오는 21일까지 남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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