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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9-17 1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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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재) 국립극단의 오영진 작, 김민정 윤문, 김광보 연출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를 관람했다.

오영진(吳泳鎭)의 호는 우천(又川). 1916년 평안남도 평양 출생. 평양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38년 경성제대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에 건너가 영화연구에 전념하였다.

1938년 ‘영남 여성의 내방가사’라는 졸업논문으로 대학을 졸업한 직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그 해 9월 도쿄발성영화제작소에 입사하여 조감독으로서 본격적인 영화 수업을 받았다 귀국한 후 1942년 ‘국민문학’에 창작 시나리오 ‘배뱅이굿’을 발표함으로써 정식 데뷔했다.

이어 1943년 시나리오 ‘맹진사댁 경사’를 역시 ‘국민문학’에 발표함으로써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하였다. 광복 직후에는 평양에서 조만식의 측근 비서역으로 정치운동에 뛰어들어 건준(建準)을 통한 반공반탁 투쟁을 벌이다가 1947년 공산주의자들을 피해 서울로 월남하였다.

1949년 한국연극학회와 한국문화연구소를 창설하였으며,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부산 피난 중에 서울국립대학(전시연합대학)에서 강의하면서, 남하한 이북 출신 문인과 예술인을 규합하여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 북한지부를 조직하고 위원장에 취임하였다.

한편, ‘문학예술’ 대표 및 주간으로 예술에 전념하며, 많은 영화평론과 시나리오를 쓰고, 오리온 영화사를 설립 운영하는 등 영화운동에 앞장섰다. 4.19혁명 후 장면 정권 때에는 국무총리 문화담당 특별고문을 담당하였는가 하면, 5‧16군사정변 직후에는 최고회의 자문위원으로 일하였고, 이후 조선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피선됐다가 당수를 역임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고전과 민속을 현대화한 ‘배뱅이굿’(1942), ‘맹진사댁 경사’(1943), ‘허생전’(1970), ‘나의 당신’(1971), ‘한네의 승천’(1972), 현대문명과 정치를 비판한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1949), ‘정직한 사기한’(1949), ‘해녀 뭍에 오르다’(1967), ‘아빠빠를 입었어요’(1970), ‘모자이크 게임’(1970), ‘동천홍’(1973), ‘무희’(1974) 등이 있다.

1989년 전 5권의 ‘오영진 전집’(이근삼.서연호 편)이 간행되었다. 40여 년간 20여 편의 희곡과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정치에 대한 그의 관심과 좌절은 그의 작품 속에 허무주의와 이상주의, 또는 쇼비니즘으로 굴절되어 나타났다.

조선조의 붕괴와 개화, 3.1운동, 광복, 좌우익 갈등, 전쟁, 제3공화국에 이르는 우리의 근.현대사는 그의 중요한 작품 소재였다. 그는 역사와 정치, 정치와 인간 관계를 최대의 드라마 제재로 삼아 근대사 와중에서의 한국인의 존재 양상을 분노의 대상 또는 허상으로 보면서, 다소 냉소적인 시선으로 고발하고 묘사하였다.

또한 그는 민속적 소재를 차용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희극 정신을 살리는 데 힘썼으므로, 한국인의 해학과 풍자를 잘 표현한 희극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희극 세계는 현세의 물욕과 어리석음을 비웃고 꾸짖는 작품 경향으로 이어지며, 그 비판의 냉혹성이 두드러질 경우 희극 아닌 비극의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오영진(1916~1974)의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는 ‘맹진사댁 경사’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의 희극적 재능이 뛰어나게 발휘된 작품이다. 3막 4장으로 된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는 1949년 5월 ‘극예술협의회’에 의해 초연 되었으나 별 주목을 끌지 못했고, 1957년 극단 ‘신협’이 ‘인생차압’으로 개명하여 공연하면서 대단한 호평을 이끌어냈다.이 작품은 해방과 더불어 마땅히 청산되었어야 할 친일세력이 해방 후에도 새롭게 밀려드는 외세에 아첨해서 권력과 부를 누리며 여전히 건재한 병든 사회상을 가차 없이 풍자, 비판하고 있다. 이중생의 몰락과 사망은 낡고 부패한 기성질서의 지배로부터 정의롭고 건강한 질서가 지배하는 새 시대로의 전환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다.

희극의 결말은 통상 관객들이 바람직하게 소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다. 물론 좀 평이하고, 진부한 주제를 띄지만 연극적 효과를 빌려 전달한다면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살아있는 움직임으로 우리의 현실을 얘기하고, 등장인물의 느낌이나 감정들이 배우들의 연기로 펼쳐지기에 우리가 이해하기 쉬우며, 공감하기도 용이하다. 희곡은 그 자체만으로는 단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지만 그것이 연극으로 전환되면 현실이 되는 것이다.

무대는 쩍 벌어진 한옥 한 채가 무대 위에 펼쳐져 있다. 물론 지붕은 없고 기둥과 대청, 그리고 안방문과 사랑채가 좌우로 보이고, 후원에는 진달래꽃이 만발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대청에는 노란 꽃잎의 서양란 온시디움의 화분이 장식장 위에 놓여있고, 대청 큰 기둥 앞에는 고풍스럽고 화려한 전화기 한 대가 눈길을 끈다. 후반부에는 대청에 상청이 차려져 병풍을 두르고 제사상이 차려진다.

연극은 도입에 이중섭의 처가 부엌에서 나와 대청을 오르며, 하인과 식구들에게 잔소리를 퍼 붇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곧이어 밝고 흰 정장 차람의 이중생이 활달한 걸음걸이로 등장하는데 타고난 사업가답게 좋은 인상에다 달변이지만 식자와의 대화에서는 교육을 못 받은 게 가끔 들통이 난다.

예나 지금이나 기업가들이 사업을 하려면 그렇듯이 본의 아니게 비리나 불법, 그리고 탈세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중섭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파렴치한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저지른 것으로 이 연극에서 그려진다. 그런 게 들통이 나고, 이중생이 가산전부를 압류당할 처지에 이르자, 변호사를 고용해 흉계를 꾸민다. 이중생을 자살한 것으로 소문을 내고, 마음에 내키지는 않지만, 의사노릇을 하는 선량한 사위에게 전 재산을 양도해, 재산압류를 모면하려는 흉계다.

이중생의 부음이 알려지고, 동네사람들을 위시해 친지들이 문상을 온다. 대청에 차려진 상청에는 이중섭의 형을 비롯해 친지들이 이중섭의 빈소에서 애도하는 풍경이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모든 사건의 진위를 판가름할 감사관이 등장한다. 이중섭의 죽음과 유산상속, 그리고 유서를 두고, 감사관은 변홋가와 가족의 증언을 청취하면서, 부지불식간에 조작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것을 감추려고 변호사와 중섭의 형이 발설을 하지만, 거짓이 폭로될 위기에 처한다. 그러자 모두 덤벼들어 감사관에게 강제로 술을 먹이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장면 또한 관객을 폭소로 몰아간다. 감사관은 불법과 비리로 축적한 재산으로 무료병원을 건립할 것을 의사인 사위에게 제안한다.

그 길만이 재산압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임을 알린다. 병풍 뒤에서 이중섭이 그 소리를 듣고 얼굴을 내밀고, 반대의사를 표하면서 몸 전체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 때마다 변호사와 비서, 가족의 제지로 감사관은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퇴장한다. 이중섭이 뛰어나와 펄펄뛰며 사위를 닦달할 때 사할린으로 끌려가 죽은 줄 알았던 이중섭의 아들이 귀가한다. 아들은 모든 사실을 듣고는 사위, 그러니까 매부의 손을 꼬옥 붙잡는다.

대단원에서 무일푼 신세가 될 이중섭은 낙담을 하고, 실제로 자살을 감행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정진각이 이중생으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보인다. 김재건이 중섭의 형으로 출연해, 웃음폭탄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 정태화가 충직한 하인으로 등장해 난장판 속에 의연함을 유지하고, 유연수가 출중한 기량으로 폭소제조기 역할을 한다. 연운경이 중섭의 처로 나와 독특하고 탁월한 개성을 보이고, 한동규가 사위로 등장해 지성인이면서 양심적인 인물노릇을 차분하게 표현해 낸다. 이선주의 기량은 놀라울 만치 출중하고, 이재훤, 유성주, 백지원의 호연도 인상깊이 남는다. 이소영, 박주용, 김지훈, 문현정, 양한슬, 신사랑 등의 그들 모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연극을 국립극단 공연다운 무대로 만들어간다.

박동우의 무대, 김창기의 조명, 김지연의 의상, 황강록의 작곡, 금배섭의 안무, 장경숙의 분장, 정윤정의 소품, 정윤석의 음향, 병오영의 무대감독, 항상웅의 조연출 등 제작진의 기량이 돗보여, (재) 국립극단(대표 구자흥)의 예술감독 김윤철, 오영진 원작, 김민정 윤문, 김광보 연출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를 영원히 기억에 남을 걸작희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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