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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0-05 12: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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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투명인간(연출: 강량원)’은 2010년 제 34회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손홍규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친절한 연극이 아닐 뿐 더러 일반적인 스토리를 따라가지 않는다. 대신, 극단 동이 배우들의 신체 움직임과 언어를 통해 새로운 연극을 만나볼 수 있다.

극단 동이는 ‘비밀경찰’, ‘세 자매’, ‘테레즈 라캥’ 등 주로 외국 소설을 극화해 선보이다 2010년에 들어서면서 그동안의 탐구결과를 우리 정서에 맞는 창작극에 도입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2011년 서울 연극제에 참가작 ‘샘플054씨 외 3인’, 국립극단에서 공연한 ‘상주국수집’으로 통해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어머니와 딸, 아들은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고 아버지를 기다린다. 아들이 특별한 생일을 위해 ‘투명인간 놀이’를 제안한다. 아버지는 불도 끈 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을 발견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다. 장난이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점점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진짜로 내가 보이지 않는 건 아닐까?”

투명인간이 된다면? 하는 가정은 어린 시절부터 한번쯤은 했던 생각일 것이다. 아이 같은 발상이기도 하지만 사실 단조로운 삶 가운데 한번쯤 갖게 되는 로망이 아닐까. 아버지에게 ‘투명인간 놀이’를 하자고 제안했던 아들의 마음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내년 같은 날이 되었을 때, 뭐했더라 하고 기억을 더듬는 것이 아니라 재밌었다는 추억을 갖고 싶었을 뿐인 것이다.
그러나 웃음을 참아가며 시작한 장난은 재앙이 되어버린다. ‘안 보이는 척’만해서는 속일 수 없으니 ‘안 보여야해’라던 장난은 정말 아버지를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또한 아버지에게도 다른 가족들이 보이지 않게 되어 버린다.

무대 위에 만들어진 구조물은 현실임에도 점점 일그러진 공간이 되어버리고 언어는 의미를 잃어버린다. 마치 부조리 극 같은 형식이 된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배우들의 신체로 기묘한 동작을 통해 소통을 시도하는 신체극이라는 것이다. 애를 쓰고 격렬해질수록 어떤 의미인지 더욱 알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연극은 사실 친절하지 못하다. 하지만 진행되는 장면을 통해 느껴지는 치열함은 몸부림칠수록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사회와 닮아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여전히 서로를 향한 원망과 의미를 잃은 언어는 서로에게 닿지 않고 격렬해질수록 처연하게 느껴진다. 서로가 서로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의 '2014년 시즌 프로그램'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 연합회(AAPPAC) 대전총회 쇼케이스작으로 시작됐다. 남산예술센터와 함께 대전예술의전당이 공동제작에 참여한다. 연극배우 김문희, 김석주, 강세웅, 신소영 등이 출연한다. 무대 박상봉, 조명 최보윤, 음악 장영규, 오는 19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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