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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0-24 11: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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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조용한 식탁(김도훈 연출)’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국내초청작품으로 관록의 연출, 최고의 배우가 함께 했다. 올해로 창단 38주년을 맞이하는 정통연극 극단 뿌리의 대표 김도훈과 박리디아, 민준호가 2011년도에 이어 같은 작품, 같은 배역으로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랐다.

서울호서예술전문학교(이사장 이운희) 연기예술학부 학부장 한윤섭 교수가 극본을 쓰고 1세대 연출가인 김도훈 극단 뿌리 대표가 연출했으며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기금 선정작이다. 김 연출이 신예 작가의 작품을 자신의 고희 기념작으로 골라 무대에 올렸던 작품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외롭지만 단 둘 뿐인 가족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술에 취해 거리의 여자를 찾는데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집으로 돌아오고, 아들은 그날따라 아버지의 뒤를 미행한다.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오늘, 길이 막혀 늦는 아버지 없이 아버지와 재혼할 여자와 아들은 어색한 대화를 시작한다.

무대는 커다란 식탁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대화를 하는 게 아니고 관객을 향해 독백한다. 서로에 대한 이야기, 오래전에 있었던 작은 일화 하나를 스스럼없이 꺼내어 놓는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며 함께 저녁식사하기를 청하는 아버지와 축하하는 아들, 훈훈할 수 있는 풍경은 어쩐지 긴장감이 흐른다.

아버지와 결혼할 여인과 아들의 대화 역시 두 사람의 대화보다 독백이 주를 이룬다. 어쩌면 중요한 대화라고 해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말을 아끼면서 머릿속으로 수없는 이야기가 지나가는 것과 같은 것일까. 주고받는 것도 아닌데 딱딱 앞뒤가 맞아 들어가는 이야기는 조금씩 그림자를 드리우고 마침내 어둠은 시커먼 속내를 드러낸다.

별 것 아닌 것 같았던 지나간 과거의 소소한 이야기는 현실을 뒤집어엎는 커다란 파도가 되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이 가장 끔찍하고 한편으론 서글프다. 무대 위의 배우들보다 먼저 내리게 되는 관객의 결론은 빗나가지 않는다.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먼 훗날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워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인생들도 많은 시대이다. 그래서 사회는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외친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과거의 그림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받아들이고 가려니 가혹하다. 그래서 연극의 마지막은 많이 서럽고 한편으론 안타깝다.

1분 1초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는 몰입이 압권이다. 과거의 기억에 먹히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마음 한편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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