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극단 작은신화의 김숙종 작, 최용훈 연출의 ‘엄마’를 관람했다.
김숙종(1976~)은 숭의여대 출신으로 2003년 근로자 문학제 희곡부분 금상수상 ‘달집태우기’, 2005년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 당선 및 공연 ‘싱싱 냉장고’, 2006년 한국희곡작가협회 ‘빌라, 샹그리라’ 낭독공연, 2007년 극작 워크샵 9기 동인 ‘템프파일’ 낭독공연, 2008년 2인극 페스티발 공모 당선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 2009년 극단 민예 ‘템프파일’ 공연, 2011년 ‘배우 희곡을 찾다’에 당선작 ‘콜라소녀’, 2012년 ‘여우들의 동창회’와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콜라소녀’에 이어 2014년 ‘엄마’를 발표 공연했다.
무대는 평범한 주택의 거실이다. 정면 창밖으로 잎이 무성한 나무가 보이고, 벽 앞에 낮은 탁자가 있다.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출입문이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그 오른쪽에 욕실 겸 화장실이 있다. 무대 상수에는 조리대와 그 왼쪽에 냉장고가 있고, 오른쪽에는 전자레인지가 낮은 탁자위에 놓였다. 배경 가까이 오른쪽에 세탁실이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방의 가운데에는 식탁과 의자가 놓여있고, 출입구 가까이에 낮은 탁자가 있다. 벽에는 그림액자가 걸려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우리나라 대도시의 아파트 밀집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주택가에서 대문을 열어놓고 살듯, 이 연극에서도 이 주택의 대문은 늘 열려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노숙자와 다름없는 한 청년이 문이 열려있는 이 주택에 침입을 한다. 청년이 주인을 찾지만 집주인은 보이지를 않고, 낮은 탁자위에 빨간색돈지갑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재빨리 집어서 주머니에 넣는다. 청년은 집안을 두리번거리다가 전기밥솥에 불이 켜진 것을 발견하고, 뚜껑을 열고 밥을 손으로 집어 입에 넣는다.
그러다가 밥이 담긴 솥을 통째로 집어 들고 정면 벽 앞에 있는 낮은 상에 걸터앉아 손으로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그런데 초인종이 울리고, 문이 닫혔다며 누가 문을 닫았느냐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인은 휴대전화를 집에 놓고 나왔다며, 문을 어떻게 열지 큰일이라는 소리를 하며 옆집으로 가겠다는 소리를 한다. 여인의 소리가 그치자 청년은 그 사이에 문을 열어놓고 배낭에 솥을 넣을 궁리를 하는 듯 보인다.
청년이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중년여인이 들어온다. 여인은 청년을 보고 흠칫 놀란다. 청년의 남루한 몰골을 보고 불청객이 침입을 했음을 감지한 것이리라. 그러나 여인은 냉정을 잃지 않고 청년에게 “주인집 아들이시죠?” 하고 묻는다. 자신을 파출부라고 소개하면서. 청년은 엉겁결에 그렇다고 대답을 한다.
향후 여인은 청년에게 다정한 말씨로 음식을 제공하고, 냄새나는 옷을 어서 벗어 세탁기에 넣으라면서, 청년에게 갈아입힐 옷을 내온다. 청년은 여인이 자신에게 무관하게 대하고, 실제로 주인집 아들을 대하듯 해 하는 수 없이 화장실로 여인이 준 옷을 들고 들어간다. 여인은 청년의 배낭도 세탁실로 들여다 놓는다. 그 때 이웃집 할머니가 찾아온다.
원래 나이든 여성 대부분이 그렇듯이, 같은 이야기라도 큰소리로 떠들썩하게 말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감돌게 하듯이, 한동안 이 집에 감돌던 긴장되었던 분위기가 노파의 등장으로 확 바뀐다. 청년이 목욕 후, 옷을 갈아입고 말끔한 모습으로 등장을 한다. 여인은 할머니에게는 아들의 친구라고 낮은 소리로 소개를 한다. 할머니도 그러냐며 반긴다. 할머니의 휴대전화 소리가 울리고, 할머니는 통화를 한 후 잠시 집에 다녀오겠다며 퇴장을 한다.
청년은 자신의 배낭을 찾고, 여인이 세탁실에 있다고 하니까 청년은 허둥지둥 세탁실로 들어간다. 그 때 이웃집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함께 들어온다.
노부부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밖으로 나온 청년도 노부부와 대면을 하게 되고, 여인은 자신의 아들 친구라고 청년을 소개한다. 청년은 비로소 중년여인이 파출부가 아닌 이 집 주인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 여인의 아들이 자신처럼 가출중임도 알게 된다.
노인부부가 가져온 막걸리 두병을 청년도 분위기에 휩쓸려 함께 마시게 되고, 청년은 할아버지가 가져온 밤 껍질을 칼로 벗기기도 하며, 막걸리를 마신 뒤에 할아버지의 구호에 맞춰 술잔을 뒤집어쓰는 행동도 함께 하면서 한동안 어울린다. 할아버지는 돈을 꺼내 청년에게 쥐어주며, 어른이 주는 돈은 받아야 한다며 다정하게 대하니, 청년은 돈을 받는다. 술을 다 마신 후 노인부부는 퇴장한다.
그 동안 세탁이 끝나고,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은 청년은 이제는 떠나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배낭을 들고 새로 빤 자신의 윗도리를 들고 대문 쪽으로 향한다. 그 때 주머니에서 빨간색 지갑이 바닥에 떨어진다. 지갑을 바라보는 여인의 표정이 굳는다. 청년도 잠시 얼어붙은 듯 움직임을 멈춘다. 여인이 먼저 조리대를 향해 돌아서며, 밥과 반찬이 다 되었으니, 먹고 떠나라고 음식을 차릴 준비를 한다.
그러자 청년이 빨간색지갑을 여인 쪽으로 집어던진다. 그리고 밤을 깎던 칼을 집어 들고 여인에게 다가간다. 왜 집주인인 걸 속이고 파출부라고 하고, 자신을 아들친구라고 소개했느냐며, 칼을 여인에게 바싹 들이댄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여인이 입을 연다. 자신의 아들도 가출을 한지 오래 되었고, 청년을 보니 마치 아들을 본 것 같아, 엄마가 자식을 대하듯 한 거라며, 울먹거리며 말을 한다. 청년은 칼을 떨어뜨리고 여인 앞에 무릎을 꿇으며 “어머니!”하고 고개를 숙이며 울음을 터뜨린다. 여인이 다가가 청년을 끌어안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홍성경이 중년여인, 송현서가 할머니, 김문식이 할아버지, 청년으로 오현우가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긴장과 폭소는 물론 연극을 감동으로 몰고 간다.
무대 하성옥, 조명 나한수, 음악 이형주, 의상 강태희, 소품 임규양, 분장 정의순, 무대감독 조민교, 조연출 김해린 박현주, 사진 이강물 등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이 높이 드러나, 극단 작은신화의 김숙종 작, 최용훈 연출의 ‘엄마’를 출연자와 연출가의 기량이 감지되는 친 대중적인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