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리타’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 오페라 ‘파보리테’ 등으로 유명한 도니제티의 작품으로, 이 작품은 1840년경 불과 8일 만에 완성했지만 실제로 초연은 도니제티 사후인 1860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초연 된지 150여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줄거리와 작품의 구성이 탄탄하고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작품으로 등장인물도 세 명 뿐인데다 삼각관계이긴 하지만 아름다운 여성을 두고 싸우는 이유가 재밌다. 서로 가지라고 떠밀고 있는 것.
아름답지만 폭력에 가까운 애정표현에 지쳐있는 베페 앞에 어느 날 리타의 전남편인 가스파로가 나타난다. 새 장가를 들기 위해 리타를 찾아다니고 있다가 우연히 베페의 가게에 들어온 것이다. 두 사람은 카페와 여관을 넘길테니 남아서 리타와 살라며 서로에게 간청하다가 결국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배우로도 바쁜 양준모의 오페라 연출 데뷔작이다.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인 소프라노 장유리의 리타 연기는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다. 마누라 눈치를 보느라 말도 제대로 못하는 찌질한베페와 온갖 폼은 다 잡지만 허당인 가스파로는 실력파 뮤지컬 배우 이경수와 최재림이 맡아 열연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장점을 살려냈다. 특히 전공이 아님에도 테너 베페 역을 훌륭히 소화한 이경수배우의 호연이 눈부시다. 찌질해 보였지만 아내가 위험한 순간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 멋진 모습이었다. 고음에서도 흔들림 없는 성량과 기교를 선보였는데 뮤지컬과는 아예 발성이 다른 노래를 하면서도 베페로서의 연기도 놓치지 않았다.
카페이름도 구타(Gutta). 매 맞는 남편 베페와 아내를 때리는 남자 가스파로의 대결에 이르면 극장 안은 웃음소리로 가득해진다. 근래에 드물게 남성관객들도 웃고 즐기는 모습이었는데 쉽고 재밌는 오페라를 만들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성공한 때문이 아닐까.
어렵다고 알려졌던 오페라를 관람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가사를 한국어로 바꾸고 거슬리지 않게 사용한 육두문자와 속어는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 주었을 정도였다. 엄청 빠르게 내뱉어 지다보니 기교가 어려운 부분에서는 전달력이 조금 떨어지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풍부한 성량과 아름다운 화성위에 더해진 사실적이고 직접적인 대사는 훨씬 더 드라마틱했고 센스 넘치게 느껴졌다.
여름부터 연습했는데 단 4회 공연인 것이 가장 아쉽다. 막을 내리면서 이미 내년 재공연이 거론되는 이유는 오페라의 즐거움을 만끽한 때문일 것이다.
단지 피아노 두 대로 이루어진 반주도 좋았다. 오성민 곽혜근 두 피아니스트의 멋진 호흡과 배우들과의 협업은 유려한 피아노의 선율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서로 돋보이게 했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의 작곡가 맹성연이 음악감독, 배우 전미도가 드라마투르그(공연 전반에 걸쳐 연출가의 의도와 작품 해석을 전달하는 역할)로 나서는 등 국내 뮤지컬계의 실력파 제작진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