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야외 의식에 걸었던 괘불은 크기가 커서 전시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을 찾기도 쉽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불교회화실에 괘불 전시공간을 마련해 사찰 소장 괘불을 특별 공개하는 테마전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 아홉 번째 전시이다.
개암사 괘불(보물 제1269호, 1749년)은 괘불 중에서도 매우 큰 불화로 펼쳤을 때의 높이가 1,317cm에 이른다. 석가모니불과 문수보살, 보현보살의 석가삼존을 중심으로, 상단에 다보여래와 아미타불,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을 그려 칠존상을 표현했다. 불화를 그린 이는 당시 최고의 畵師였던 의겸을 수화승으로, 영안, 민희, 호밀 등 화승 12인이 함께 참여해 모두 13인이다.
화면 하단에는 화기가 있어 제작연대는 물론 괘불의 명칭, 시주자 등 불화 조성에 관한 정보를 알려준다. 화기에 의하면 이 괘불은 1749년에 영산회 의식에서 사용되는 ‘영산괘불’로 조성됐다.
‘개암사 괘불’의 바탕은 너비 30㎝의 삼베 28폭을 이어서 마련한 것으로, 여기에 화려한 채색을 위한 안료를 비롯해 많은 물품이 사용됐다. 화기에는 괘불의 제작에 필요한 물품을 공양한 이들도 기록됐다. 일반신도 191명와 승려 59명을 합해 모두 250인이다.
개암사에는 이 괘불과 같은 크기의 초본이 함께 전해진다. 초본은 불화 제작에 꼭 필요한 밑그림으로, 괘불의 초본이 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 이처럼 큰 크기의 괘불 초본은 남아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초본과 완성된 불화가 함께 전해진다는 점에서 ‘개암사 괘불’의 가치는 더욱 크다.
개암사에 전해지는 기록에 의하면, 이 괘불은 영산재 등의 의식 이외에 기우제를 지낼 때도 사용됐다고 한다. 19세기 부안 지역에 가뭄이 계속되자, 괘불을 걸고 부처에게 비를 내리게 해달라는 祭를 청하자 비가 내렸던 일이 여러 차례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