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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2-23 13: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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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하다. 원해서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 어느 순간 살아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주어진 삶을 살아갈 뿐이다.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은 것을 원망하기도하고 그것을 열정적으로 극복하기도 하면서.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있는데 살아있는 것은 언젠가 끝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극 ‘맨 프럼 어스(Man from Earth/연출:최용훈)’는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으로 세계 초연작품이다. ‘1만 4천년을 살아온 사람이 있다면?’이라는 가설 아래 의심 없이 믿어왔던 진실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는 허무한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돌아보고 삶을 반추해보라고 말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한 대학의 교수인 존 올드맨.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나려는데, 송별연을 하기 위해 그의 동료들이 찾아온다. 송별연 자리에서 10년 전에 찍었던 사진을 추억하다 모두가 그 때와는 다른 모습인데 존만은 사진 속 모습 그대로라며 늙지 않는 비결을 묻는다. 떠나려는 이유와 젊음의 비결에 대한 집요한 질문에 망설이던 존은 드디어 입을 연다.

그가 구석기 시대부터 현재까지 살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1만 4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현재의 모습 그대로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채 살아왔다는 것이다. 처음엔 농담이라고 생각하지만 하나 둘 씩 이야기가 계속 될수록 그들은 혼란에 빠져버린다. 명확한 증거도 없지만 거짓말이라기엔 너무나 논리 정연했기에. 존의 말은 사실일까?

2007 새턴 어워즈(The Saturn Awards) 올 해의 필름상을 수상하고 ‘스타트랙’ ‘환상특급’의 작가 제롬 빅스비(Jerome Bixby)의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원작의 탄탄함이 작품 전체에서 느껴진다. 영원한 삶을 꿈꾸지만 나약하고 유한한 존재인 인간. 그러나 과연 영원한 삶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행복할까?

심리학 교수 월 그루버, 인류학 교수 댄, 미술사 교수 이디스, 생물학 교수 해리, 고고학 교수 린다가 역사학 교수인 존의 친구들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정통한 그들이지만 존의 허무맹랑하고도 과감한 진실 앞에 그럴듯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아니라고 말해!’라고 다그치거나 병에 걸린 건 아니냐고 화를 내고 걱정한다.

존의 이야기가 계속 되면서 지식, ‘진짜’라고 의심 없이 믿고, 알고 있다 생각했던 것들이 허무하게 흩어지는 것이다. 그들의 ‘진짜’ 지식 싸움은 점점 고조되고 긴장감도 높아지지만 오직 존만은 냉정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저 알고 있는 이야기, 그가 겪었던 일들이기에 거침이 없다. 그의 그런 태도 때문에 친구들은 더욱 초조한지도 모른다.

결국 말해보라던 친구들은 존의 이야기에 혼란에 빠지고 윌은 총구를 들이대며 이디스는 무너져 내린다. 이디스가 말한다. ‘너에겐 그럴 권리가 없어’라고. 의심 없이 믿어왔던 것들이, 삶을 지탱하는 진실이라 알고 있던 것들이 송두리째 사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무서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몸부림을 바라보며 존은 어쩐지 슬퍼 보인다.

어쩌면 그는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비밀’, 진실을 고백한 것이다. 이 세상에 자신과 같은 존재는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을 것을 알면서, 헛되게 믿고 싶었던 걸까? 아직도 인간이 성스러울 수 있다고 믿는 믿음 때문에 그는 여전히 외로운 지도 모른다.

‘무한한 삶을 가졌지만,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관계와 추억을 갖지 못하는 존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반추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 설명한 최용훈 연출과 탁월한 이야기꾼 배삼식 작가, 인류학 교수 ‘댄’역의 이원종이 프로듀서로 도전한다.

주인공 존 역에 배우 문종원, 박해수, 여현수가 트리플 캐스팅 되었으며 제작자 겸 배우 이원종, 최용민, 손종학, 김재건, 서이숙 등 장르의 구분 없이 대활약 중인 중견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내년 2월22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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