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비밀의 방’은 ‘키사라기 미키짱’의 작가 코사와 료타의 2013년 최신작으로 네 명의 성인 남자들이 마음껏 취미 생활을 즐기기 위해 비밀의 공간을 만들고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가 수상(?)하다. 믿고 보는 대학로 연극시리즈 ‘연극열전5’로 ‘사랑별곡’ ‘프라이드’ ‘프랑켄슈타인’에 이은 작품이다.
분위기 있는 음악으로 채워진 깨끗하고 아담한 아파트. 뭔가 맛있는 요리를 하고 있는 남자, 하얀 장갑을 끼고 그냥 봐도 엄청 오래되어 보이는 책을 조심스레 만지는 남자, 심각한 얼굴로 퍼즐을 맞추는 남자, 나이도 있어 보이는데 만화영화 주인공의 옷을 입고 나타나 건담 프라모델을 만드는 남자. 사생활은 존중하고 오직 각자의 취미만을 위해서 모였다고 한다.
어느 날, 2주째 모습을 보이지 않는 멤버가 실종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여자 경찰관이 아파트에 찾아온다. 사건을 조사하다보니 그들은 모두 실종된 멤버뿐 아니라 2년 전 있었던 어느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는 자들임이 밝혀진다. 각자의 알리바이를 말하며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설득하려는 남자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취미를 즐기기 위해 이토록 적극적일수가! 다만 남은 시간을 즐기기 위한 것이 취미가 아니던가? 그러나 연극 속의 네 남자는 진지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그래서 이작품은 꽤나 재미있다. 한국 초연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관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고 있는 것은 진지함과 코믹함, 그리고 어울리지 않지만 오싹한(?) 살인사건까지 맛있게 버무려진 때문이 아닐까.
즐거운 얼굴로 만드는 요리가 생각지도 못한 재료라는 것을 알고도 먹어주는 동료(?)들을 가진 아미노는 맛있는 요리를 위해 거대한 냉장고를 가지고 있다. 이 냉장고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 또한 배를 잡게 하고 그의 요리가 특이하지만 맛있다는 것이 놀랍다, 재료가 매우 특이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악어나 캥거루 고기 등등. 그러나 재료가 특이하다고 그의 음식을 거부하는 이는 없다. 그들은 완벽하게 서로를 터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종된 동료 때문에 찾아온 경찰로 인해 그들의 완벽해보이던 취미의 방은 서로 물고 물리는 의심의 장이된다. 동료뿐만 아니라 2년 전 살해당한 여자와 모두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각자의 알리바이와 변명, 추리와 의심, 코믹함과 치열함 등의 어우러짐은 작가의 전작<키사라기 미키짱>을 닮아있다. 살짝 치밀함은 약하지만 웃음코드는 확실하다.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것이 삶이다. 그래서 사람에겐 취미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답답하고 꽉 막힌 쳇바퀴 속에서도 가끔 숨을 쉬어야하니까. 또한 취미란 그 사람의 숨겨진 모습 같지만 그의 본질 자체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은가,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면 말이다.
연출에 김관, 주인공 아미노 역에 대극장 뮤지컬로 익숙하지만 역시 관객의 호흡을 잘 아는 노련한 배우 서범석과 김진수, 고서수집광 미즈사와 역에 최대철과 김늘메, 건담을 만지기만해도 반응하는 귀여운 심리학교수 카네다 역에 남문철과 최진석, 죽을 힘을 다해 취미를 찾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웃기는 도이 역에 안재영과 지일주, 이 작품의 해프닝을 만들어 내는 경찰관 미야지 역에는 박은정과 백은혜가 캐스팅 되어 찰떡같은 호흡으로 호연한다. 2015년 1월 1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