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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1-23 14: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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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어지는 하늘 아래 한껏 젖혀진 허리를 끌어안은 남녀의 키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엔딩장면이다. 마가렛 미첼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1936년 출간 후 6개월간 600만부 이상 판매되어 이듬해 퓰리쳐상을 수상했다. 1997년까지 7개국에 번역돼 3000만부 이상 판매, 지금까지도 전설적인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 어마어마한 원작소설을 영화화해 미국에서만 인구의 절반인 6000만 명이, 지난 50여 년간 전 세계 관객 12억 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1940년 제1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는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실내장치, 편집상, 특별상 등 11개 부문수상, 1965년 ‘사운드 오브 뮤직’이 나오기까지 25년간 세계 영화 흥행수익 1위의 자리를 지켰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이 영화를 원작으로 하여 만든 프랑스 뮤지컬로 ‘로미오 앤 줄리엣’, ‘모차르트 오페라 락’, ‘태양왕’, ‘십계’, ‘1789’의 프로듀서 도브 아티(Dove Attia)와 알베르 코헨(Albert Cohen)이 손을 잡았으며, 작사·작곡에 ‘로미오 앤 줄리엣’을 작곡한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rrard Presqurvic)과 ‘로미오 앤 줄리엣’, ‘태양왕’, ‘클레오파트라’의 안무 및 연출을 맡았던 카멜 우알리(Kamel Ouali)가 다시 한 번 힘을 합했다.

미국 남부에서 목화농장을 하는 지주의 딸로 격변하는 시대 속에 남북전쟁을 겪으며 사치스런 어린 소녀에 불과했던 스칼렛이 강인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녀의 곁에 있는 애슐리와 멜라니, 레트 버틀러, 유모와 노예장까지 자유, 존엄성, 진실한 사랑에 이르기까지 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걸작이다.

프랑스 최대 공연장 ‘팔레 데 스포르 드 파리’에서 개막, 단 9개월 만에 90만 명을 동원하고 탄생 80주년을 맞아 아시아 초연을 한국에서 올린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러나 나름대로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하고 있지 못하다. 아름다운 넘버와 무대, 화려한 의상, 좋은 배우들이 함께 하고 있지만 상당부분 아쉬운 모습이다.

우선 라이브가 아닌 MR로 진행되다보니 음악이 너무 커 배우들의 목소리나 가사가 전달되지 않는다. 안 그래도 스칼렛의 12년의 시간을 2시간 20분으로 단축시키다보니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가사마저 불분명해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노래를 부르는 배우와 댄서의 분리는 다양한 춤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마치 갈라 쇼처럼 흐름이 툭툭 끊어지는 느낌마저 줄 수 있다. 다양한 음악과 춤을 억지로 이어붙인 듯한 전개들이 보여 당혹스러워지는 순간이 있다.

이런 아쉬움에도 역시 무대는 배우 예술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배우들이 호연이 작품을 이끌어 가고 있다. 스칼렛 역의 배우 바다는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처럼 보인다. 도도한 철부지 소녀에서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강인한 여성으로까지 스토리의 구멍을 메워가는 역량이 훌륭하다. 서정적인 노래뿐 아니라 노래로 흐느끼는 연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준다. 배우 김법래 역시 중후하고 독보적인 보컬로 현실적이고 정의로운, 오직 스칼렛만을 사랑한 레트버틀러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조연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유모와 노예장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 곡이 이 두 사람 중심의 ‘검다는 것’과 ‘인간은’ 두 곡이다. 자유를 향한 노예들의 절규와 처절함이 살아있으며 웅장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프랑스뮤지컬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것을 볼 수 있다.

스칼렛은 일생 애슐리만을 사랑해왔다고 믿었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처럼 그녀는 늘 애슐리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집착한다. 그래서 그녀는 레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너무 늦게 깨닫게 된다. 잡힐 듯 잡힐 듯 닿지 않는, 꼭 그만한 거리에 서있는 애슐리를 보느라 언제나 곁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을 돌아보지 못한다.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지는 것처럼 달콤한 유혹은 없을 것이다. 닿을 것처럼 눈앞에 놓여있었으니 더욱 몸이 달았겠지. 그러나 주어지지 않은 것을 원하느라 주어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닥쳐오는 어둠에 지지 않았던 스칼렛. 그토록 아름답고 강인한 여인도 사랑 앞에선 서툴고 어리석은 한 사람일 뿐인가!

그러고 보니 무언가 열망하는 것을 향해 힘껏 손을 뻗어보는 것이 사람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자유를 열망하던 노예들, 인간다운 삶을 향해 몸부림치던 그들도, 진정한 사랑을 찾으면 행복해질 거라 믿었던 스칼렛도, 스칼렛의 사랑을 받고자 했던 레트도 다만 소망하는 것을 향해 끊임없이 자신의 방법으로 달음질 쳤을 뿐이다. 순간, 바람과 함께 사라질지라도.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역에 이제 뮤지컬 배우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바다와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소녀시대의 서현, 스칼렛을 사랑한 매력적인 레트 버틀러 역에 김법래, 주진모, 임태경, 스칼렛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은 애슐리 역에 마이클 리, 정상윤, 스칼렛과 애슐리를 사랑한 따뜻한 여인 멜라니 역에 김보경, 유리아, 스칼렛의 유모 역에 멋진 배우 정영주, 박준면, 카리스마와 섹시함을 발산하는 노예장 역에 박송권, 한동근 등이 출연한다.

이야기의 전개가 탄탄한 것을 선호하는 우리 정서에는 조금 아쉽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걸작으로서 볼거리, 들을 거리가 풍성한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다음달 15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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