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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2-06 15: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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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달라지면 공연장의 공기마저 변하는 작품이 있다. 사람이 달라졌으니 당연하다고? 완전히 다른 작품처럼 느껴진다는 건 굉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자꾸만 보게 되는, 뮤지컬 ‘쓰릴 미’ 이야기이다.

뮤지컬 ‘쓰릴 미(연출 :박지혜)’는 스티븐 돌기노프(Stephen Dolginoff)가 작사, 작곡, 대본까지 쓴 작품으로 2007년 한국 초연이후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1924년 시카고에서 일어났던 전대미문의 살인사건을 소재로 허세로 가득하지만 실은 나약했던 그(리차드 로엡), 그와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마저 던져버린 나(네이슨 레오폴드), 이 두 사람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통해 인간의 심리를 파헤친다.

가석방 심의위원회에서 나의 일곱 번째 가석방 심의가 진행된다. 37년 전, 나와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신랄한 질문과 비판이 이어진다. 그들은 보고서에 쓰인 내용이 아닌, 진실을 듣고 싶다고 나를 채근한다. 나는 37년 전, 그와 함께 했던 날들을 회상한다. 아무도 모르게 저지르는 범죄에 탐닉하던 그, 그와 함께 하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았던 나. 두 사람의 치기 어린 젊은 날,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가?

단 두 사람뿐인 무대. 그러나 37년의 시공간을 오가면서 두 사람의 팽팽한 기 싸움은 끝이 없다. 친밀한 친구 같았는데 어느 새 싸늘하게 냉담한 그. 그에게 모든 주도권을 넘겨준 것 같았으나 의기양양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얼굴엔 미소가 떠오른다. 왠지 오싹하리만치 비릿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바라보는 이들도 바싹 긴장하게 한다.

말 그대로 ‘쓰릴(Thrill)’하다. 그리고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누가 누구를 조종했는가? 단 한 줄의 부제 속에 내포되어 있는 뜻은 흥미진진하다. 그(리차드)인가? 나(네이슨)인가? 겉으로 보기에 늘 그를 따라다녔던 나. 실제로도 네이슨의 IQ는 200에 가까웠다고 한다. 리차드 역시 160정도. 지금과는 다른 방식이었겠지만 그들이 훌륭한 재원이었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택한 ‘놀이’는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것. 이건 아니야 라는 것을 알아도 멈출 수 없다. 그건 스스로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리차드의 비뚤어진 욕망이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고 ‘나’는 ‘그’를 향해 치닫는다. ‘너무 멀리 왔어’라고 후회하지만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삶을 던져 ‘그’의 곁에 있게 되었지만 정말 ‘같이’ 있는 걸까.

‘그’(리차드)의 편에서 바라볼 때와 ‘나’(네이슨)의 편에서 바라볼 때 작품의 대사가 갖는 의미는 매우 다르게 체감된다. ‘나’의 ‘아니, 아니, 아니’를 들을 때 ‘그’는 알았을까, 곧 다가올 패배를. 세 보이는 사람이 이길 것 같지만 승부란 늘 예측불허, 끝나봐야 아는 것이다. 절대 승부란 없으니까. 두 사람 중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지 생각해보는 것 또한 재밌는 유희가 될 것이다.

작년 1차 쓰릴 미 팀의 공연이 10월 26일에 끝난 후, 한 달여 지난 12월 초에 공연장을 바꿔 다시 시작된 2차 팀은 상당히 다른 노선으로 이어져가고 있다. 1차 팀이 담백하고 슈페리어한 느낌이었다면 2차 팀은 매우 감정적으로 끈끈하게 이어져 좀 더 연극적인 느낌을 준다. 고정 페어도 있지만 뮤지컬 쓰릴 미의 팬이라면 크로스 페어를 챙겨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그’역할에는 작년에 이어 에녹, 새로 합류한 김재범, 문성일, 김도빈이 각기 치명적인 매력을 보이고 있으며 나약한 모습 뒤에 ‘그’를 향한 강렬한 욕망을 드러내는 ‘나’역할에 정동화, 강필석, 신예 백형훈, 마지막 티켓 오픈에는 1차팀 이었던 송원근(그), 신성민(나) 페어가 5번의 특별공연을 한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조종했는가, 이 팽팽한 줄다리기의 승자가 궁금하다면 오는 3월 1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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