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5-02-12 13:46:51
기사수정

연극 ‘바냐 삼촌(연출:이윤택)’은 러시아의 유명 극작가 체홉의 4대 장막극-갈매기, 벚꽃동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중 하나로 여전히 가장 많이 변주되고 있는 작품이다. 1897년에 출간, 1899년 러시아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공연되었다. 19세기 말 러시아에 만연한 도덕적 타락과 세속적 모습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어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한적한 시골마을. 바냐는 죽은 누이동생의 딸인 소냐와 늙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교수인 누이동생의 남편을 자랑으로 여기며 평생을 정직하게 살아온 그였지만 정작 매제가 별 볼일 없는 속물인 것을 깨닫게 되면서 모든 것이 다 원망스러워진다. 게다가 매제는 젊고 아름다운 새 부인 옐레나와 함께 저택에 와서 지내게 되는데 그는 옐레나에게 반해버린다.

셰익스피어와 안톤 체홉의 희곡이 없다면 연극계는 무척 심심할 것이다. 그만큼 수없이 많은 실험과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명작을 남겼다는 뜻이다. 체홉의 작품은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언뜻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일상이기 때문에 현실적이고 리얼리즘이 부각되어 보다 큰 여파를 남기며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 되는 즐거움이 있다.

체홈의 대표작 ‘바냐 삼촌’ 역시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뭐하나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새로운 사건이 매제부부가 내려와 잠시 지내는 동안 일어났다가 다시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 되니 말이다. 그러나 그 사이 바냐 삼촌은 열병 같은 사랑을 앓고 포장으로 가려졌던 매제의 실체를 깨닫게 되며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게 된다.

19세기 러시아의 현실은 지금의 사회와 참 닮아있다. 아마도 체홉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일상에서 전해지는 인물의 다양한 내면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인물간의 관계, 서로 얽혀있는 감정, 결코 편을 들어줄 수만은 없는 각자의 고집. 연극 ‘바냐 삼촌’에는 입체적인 인물들이 가득하다.

연희단 거리패 특유의 해학성이 작품을 19세기 후반 재정러시아가 아니라 그냥 우리네 이웃집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인 듯 가깝게 만들어준다. 잔잔함이 특징인 체홉의 작품임에도 같은 작품인가 싶을 만큼 역동적이고 열정적이며 왁자지껄하다. 초반 일부러 대사의 간극을 두어 작품의 흐름에 속도감까지 느껴진다.

정직하게 살아왔는데 인정받기는커녕 허무하게만 느껴진다는 것은 괴로운 일일 것이다. 자신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사랑’ 때문이다. 어쩌면 내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를 아름다운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 더욱 괴로웠을까. 바냐삼촌도, 자신이 못생겼다면 절규하는 소냐도 사랑에 목마르다.

결국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열심히 살아요 라며 ‘우린 쉴 수 있어요’라고 노래하는 후반부는 어쩐지 쓸쓸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결국 일상으로 돌아가 이루지 못한 사랑을 추억하며 살아가는 것인가, 그럼 그들에게 살게 하는 희망이란 무엇인가? 다만 살아가야하기에 살아있는 것. 그것이 바냐삼촌의 삶일 수밖에 없는 걸까. 이 땅의 수많은 바냐삼촌들에게 당신들만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위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 이윤택 선생이 연출을 맡았다. 주인공 바냐 삼촌 역에 배우 홍민수와 이원희가, 갈등의 축, 바냐 삼촌의 매제 세레브랴꼬프 역에 조영진, 의사인 아스트로프 역에 이승헌, 마을 남자들의 마음을 뒤흔든 아름다운 옐레나 역에 김아라나, 바냐의 외조카 소냐 역에 박인화, 유모 마리나 역에 황혜림 등이 출연한다. 오는 15일까지 대학로 게릴라 극장.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할용해주세요.

http://www.hangg.co.kr/news/view.php?idx=2107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리스트페이지_R001
최신뉴스더보기
리스트페이지_R002
리스트페이지_R003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