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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2-22 15: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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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홉의 작품을 사람들은 어렵다 또는 지겹다고 얘기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안톤 체홉의 작품이야 말로 희극적이고, 코미디이다. 세실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부제: 파우치 속의 욕망)(연출 홍현우)’는 러시아 장편소설의 황금시대(1846~1881)에 사실주의적 문학 전통을 계승해 단편소설의 새 시대를 연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의 미발표 단편을 엮어서 만든 작품이다.

안톤 체홉의 단편들 중에서도 특히, 여자들의 사랑과 육체적 욕망, 행복과 불행, 정신적 결핍으로 인한 일탈과 부정 등 불륜이라는 비도덕적인 소재를 안톤 체홉은 19세기 당시 세밀하게 풀어냈다. 수 십여 편에 달하는 그의 에로티시즘 단편들은 체홉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관을 보여준다.

연극이라는 장르는 기본적으로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다. 준비된 관객만이 좋은 감상을 할 수 있다. 자신이 감상할 작품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다면 연극장르의 공연은 좋은 감상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는 그러한 기초지식 없어도 체홉의 문학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친절한 연극이라 하겠다.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는 전혀 다른 내용의 4편의 단편 소설을 액자형으로 구성했다.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결혼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면서 일탈을 꿈꾼다. 또한, 4가지 에피소드는 각각 다른 형식으로 진행돼 마치 다른 연극을 보는 것과 같아 흥미롭다. 이처럼 다양한 형식은 보통 관객이 생각하는 정극과 달리 관객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감으로서 더욱 생생하게 연극을 관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분명 ‘체홉, 여자를 읽다’라는 연극을 보러 왔음에도, 관객은 각기 다른 에피소드와 형식으로 4편의 연극을 본 것처럼 느끼게한다. 굉장히 흥미롭고 특별한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이 대사를 할 뿐만 아니라 지문 또한 함께 읊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약사의 아내’는 대화를 나누고 지문을 행동하면서, 독백 형식으로 서로가 서로의 행동을 주시하고 설명한다. 설명만으로는 다소 지루할 것 같은 형식이지만, 오히려 약사를 남편으로 둔 아내와 아름다운 아내에게 추파를 던지는 장교가 서로에게 느끼는 관심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나의 아내들’은 1인 연극과 비슷한 형식을 따르고 있다. 7명의 아내를 독살한 라울 시냐 보르다가 자신을 주인공을 내세운 오페라 편집국에 편지를 보내는 내용으로 아내 역할을 하는 배우가 등장하지만, 그가 관객에게 보여주는 중요한 소품일 뿐이다. ‘아가피아’는 이미 결혼한 몸임에도 남편이 일을 나가자 밤늦게 다른 남자를 찾아가며 외도를 하는 젊은 부인의 이야기이다. 끝으로 ‘불행’은 남편을 사랑해야 하지만 언제나 실함하고 마는 소피아가 변호사 일라인의 구애를 모호하게 거절하며 일탈을 꿈꾼다.

4가지 에피소드는 재미있게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차이다.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기차이다. 또한, 연출은 이 기차라는 상징으로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등장인물의 심리를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기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파우치 속의 욕망을 끌어내거나 혹은 증폭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며, 결국 가정과 결혼을 저버리고야 마는 여성을 보여주는 소재이다.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에서는 누구도 결혼과 가정을 져버린 캐릭터에 대해 일갈하거나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다. 도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이제껏 억눌렀던 여자의 욕망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 소피아는 일라인을 거부할 때마다 반복하여 말한다. “난 결혼한 몸이고,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해요. 딸도 있고요.” 소피아의 대사는 이제껏 사회와 남자가 여성에게 강요한 가치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여성이기 보다는 남편의 아내로서, 자식의 어머니로서 있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라울 샤나 보르다처럼 자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아내를 살해하고 바꿀 수 있다. 남편에게 아내는 사랑하는 동반자가 아닌 물건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사프카는 “계집들은 고양이처럼 장난을 좋아하고, 토끼처럼 겁이 많아요. 결국은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벌벌 떨거면서... 왜 장난을 시작할까요?”

한편,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는 19세기 러시아의 위대한 사실주의 작가인 안톤 체홉의 단편 들이다. 21세기 여성이 대통령이 되고,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중요해진 오늘에 극단 제자백가의 홍현우 연출의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는 시대와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고 우리나라 관객에게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관객에게 친절한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는 오는 3월 7일부터 연장공연을 한다고 하니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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