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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2-23 11: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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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2관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창작뮤지컬 제작지원 선정작으로 공연하는 뮤지컬 봄날이 개막됐다.

뮤지컬 봄날은 포에틱(Poetic) 뮤지컬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적 실험으로 관심을 받았던 작품으로, 공연은 시(詩)와 같은 나레이션으로 극을 설명하는 ‘포엣’이라는 역할을 두어 극을 이끌어 나갔다.

포엣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무대 위 인물들의 감정과 시간의 변화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구성은 극의 변화를 좀 더 명확히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극의 다른 캐릭터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떠도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내 극의 전개를 방해하기도 한다. 시(詩)적인 뮤지컬을 표현하고자 만들어진 캐릭터는 다소 억지스럽게 극에 끼워 맞춰진 느낌이다.

시적(詩的)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시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처럼'을 의미한다. 무언가, 시를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으로, 간결하고 압축돼 아름다움을 전하는 시는 여백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뮤지컬 봄날은 낡은 세 켤레의 신발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가는 하루 동안의 여행이면서 한평생의 여행이기도 한 어느 가족의 이야기는 '신발'이라는 오브제가 무대 위의 시어(詩語)가 되어 시공간을 연결해 나간다. 인생유전과 출생의 비밀이라는 얼핏 신파조로 느껴지는 이야기는 행간에 마련된 사유의 공간으로 인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 된다.

네 명의 배우와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로만 구성된 음악은 규모에 있어 소박하다. 심장을 울리는 저음도 심경을 자극하는 타악기의 리듬도 없다. 웅장한 합창도 눈부신 군무도 없다. 하지만 그 많은 '없음'이 작품을 끌고 가는 주체가 되어 시적인 분위기를 직조해낸다.

음악에 있어서도 이 공연은 다른 접근을 해나간다. 어머니의 노래는 한국적 선율이 주를 이루고, 남매의 사랑 노래는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로 채워 놓았다. 이로 인해 어머니의 캐릭터는 선명해지고 사랑 이야기는 더욱 섬세해 진다. 신발이라는 시어(詩語)를 타고 돌아간 어린 시절은 돌연 인형이 되어버린다. 배우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 인형을 직접 조정하며 노래한다. 이는 어색해 질 수 있는 회상을 표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극에 생기를 불어넣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느리게 움직이고, 오랜 시간 멈춰있어야 했기에 어쩌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네 명의 배우들은 제 몫을 충분히 해낸다. 의붓남매의 힘겨운 사랑 이야기가 큰 줄기를 형성하지만 주인공은 역시 '어머니'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유려한 몸짓과 구성진 노래로 작품의 중심을 흔들림 없이 지탱해낸다.

뮤지컬 ‘봄날’에는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화려함도, 울리고 웃기는 감정의 기복도 없다. 슬픔의 수위조절은 억지스럽지 않고, 눈물은 목울대에 머물면서 잔잔한 감동은 오래 지속된다. 관객의 눈물을 짜내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오히려 어머니의 뒷모습을 찬찬히 바라보게 한다. 분명 어떤 관객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화려함과 속도, 커다람과 고성에 매몰되어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작품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현정, 박상우, 조선명, 박두수 등이 출연하며, 공연은 오는 3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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