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아 흘러라 시간아 흘러라 / 우리가 원하는 그 세상
원하는 그 소원 모두 다 이뤄진 그 곳으로 / 우리가 꿈꾸는 그곳에“
현실의 어려움을 부딪칠 때 한 십년 후의 세상으로 훌쩍 넘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쯤이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고 조금은 편안한 모습일 것만 같아서. 그래서 빛의 속도를 넘어서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건덕은 말한다. 난 무조건 미래로 가겠노라고. 10년 후 어쩌면 꿈이 이루어진 모습일 그곳으로.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2014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뮤지컬 육성사업 우수공연 선정작으로 천재적인 야구 선수였으나 연이은 불행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금은 잊혀진 김건덕의 실화를 중심으로 사랑과 우정, 선택의 여지조차 주어지지 않는 삶에 대한 절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서는 용기에 대해 그리고 있다.
1994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타자 이승엽(경북고), 투수 김건덕(경남상고)은 친구들을 위해 대학에 진학하기로 한다. 그러나 사자승(대학팀을 미리 경험해보는 기간)을 거치면서 엄격하고 생각과는 다른 합숙소 생활에 ‘대학 떨어지기 프로젝트’를 세우지만 결국 승엽은 프로팀으로 건덕은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완전히 달라지는데........
초반, 조그만 소극장이 야구경기가 펼쳐지는 운동장이라도 된 듯 무대는 활기차고 열기로 가득하며 웃음이 넘친다. 건덕과 승엽이 ‘대학 떨어지기 프로젝트’를 세우는 장면은 폭소로 가득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면서 이야기는 급격히 어두워진다. 너무나 무거워 숨 쉬는 것조차 답답할 정도이다. 하지만 외면할 수 없다. ‘진짜’ 이야기니까.
‘이승엽’이라는 이름 때문에 야구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쉽게 실화인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는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났으나 연이은 불행으로 인해 무너졌던 김건덕 선수의 삶을 담담히 보여준다. ‘진짜’이야기여서 다가오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 거친 부분도 있지만 실제라서 남는 여운이 긴 작품이다.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환경이지만 그래도 꾸준한 노력과 열정으로 눈부신 미래가 눈앞에 펼쳐져있었기에 그는 빨리 시간이 흐르길 바란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가버리고 싶었기에. 그러나 시간은 그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주지 않는다. 오히려 가졌던 유일한 것마저 빼앗기고 만다. 그는 모든 것을 다 잃었다.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러울 만큼 처절한 무너짐이었다. 부친의 부고에 달려온 여전한 친구들과 스승을 만나 담담한 모습이 아릴만큼 그의 삶은 이래도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집요하게 괴롭히는 운명으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어버린다.
그런데도 그는 험난한 시간을 버텨내고 단단해졌다. 그리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실은, 그리되기까지 그가 겪었을 아픔을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원하지 않는 미래일지라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인 모습은 크고 단단해보였다. 야구로 다시 돌아온 그의 생각이, 마음이 빛의 속도를 넘어 다시 한 번 찬란히 빛나는 꿈이 되기를 응원해본다.
김건덕 역은 안재영, 이승엽 역은 김영철, 건덕의 첫사랑이자 승엽의 소꿉친구, 윤호정 역에 김민주, 이 밖에 김도신, 손성민, 박세웅, 최석진이 여러 가지 역할로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간다. 재능을 받았으나 불행 또한 겪어야했던 이가 '생각의 속도‘를 바꿔 행복해지는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작품을 재정비해 오는 6월 본 공연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