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90년대 후반,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로 대학로에 열풍을 일으켰던 연극 ‘유도소년’이 돌아왔다. 초연멤버 전원에 강력한 새 멤버들까지 더해져 즐겁고 유쾌한 특유의 에너지로 가득하다. 고교시절 유도선수였던 작가 박경찬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은 90년대 후반의 문화로 가득해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즐거움 또한 선물하고 있다.
고등학생인 경찬은 한 때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하던 유도 유망주였으나 슬럼프로 힘들다. 무엇보다 힘들고 아픈데 참아야하는 것이 견디기 어렵다. 코치와 부모님께 혼이 나도 그 때뿐, 자신을 따르는 후배들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중요한 전국체전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경찬은 화영을 보고 첫눈에 반하는데 그녀의 곁엔 복싱 국가 대표선수인 민욱이 있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 화영을 가운데에 둔 삼각관계가 되는데.......
주인공뿐만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스포츠 선수이다. 민욱은 복싱, 화영은 배드민턴, 경찬과 요셉, 태구는 유도 선수이다. 진짜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이미 한번 경험했음에도 감탄하게 된다. 오랜 시간동안의 단련을 보여주는 근육질의 몸, 가벼운 발놀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자극적인 요소하나 없이 정직하게 가슴에 와서 탁! 부딪혀오는 게 상쾌하다. 건강하고 밝고 유쾌하지만 한편으로 오랜 시간동안 열심히 하는 것에 길들여져 어느새 즐거움을 잃어버린 경찬의 고민을 통해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청춘들의 아픔 또한 느낄 수 있다.
흔히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잘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해야 하는 전제가 있음에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어서 한편으론 씁쓸하다. 결과만이 중시되는 사회의 잣대가 분명하게 읽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해도 되는 걸까.
방황하고 넘어지는 시간을 통해 배우게 되는 가치들이 분명 삶을 달라지게 한다. 그 시간을 견디며 단단하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게 마지막이다 하고 뻗었던 펀치에서 희열을 느끼며 고통스러웠던 복싱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는 민욱, 그 순간은 분명 힘겨움을 견뎌온 노력에 대한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자신을 만들어가는 정직함, 오직 땀방울로 이루어낸.
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 속에서 찡해지는 순간들을 만날 때면 여전히 청춘, 그 자리에 있는 열기와 순진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끝낼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 도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청춘은 푸르고 아름답다.
연극은 경찬이 메달을 따는 흔한 설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참 좋았다. 여전히 경찬은 포기하지 않기 위해, 유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민욱은 좋아하는 복싱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화영 또한 찬란한 꿈을 향해 달음질치고 있을 것이다. 서툴지만 여전히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을 작품 속의 청춘들을 응원한다. 여전히 청춘인 모두의 꿈도.
한때 유망주였던 고교생 유도선수 박경찬 역에 박훈, 홍우진, 박해수, 경찬이와 삼각관계인 복싱선수 민욱 역에 차용학, 박성훈, 김호진, 두 사람의 첫사랑 화영 역에 정연, 박민정, 박보경, 경찬의 유도부 후배 요셉 역에 오의식, 박정민, 임철수, 태구 역에 윤여진, 조현식, 신창주, 코치 역에 우상욱, 양경원, 이석 배우가 함께 한다. 오는 5월 3일까지 아트원 씨어터 3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