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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3-21 19: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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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테세우스는 괴물을 처치할 칼과 붉은 실을 쥐고 라비린토스(미궁:반인반수의 괴물 미노타우르스가 살던 곳)로 들어간다. 들어가면 살아 돌아 올 수 없다던 미궁은 그의 귀환으로 괴물의 결계가 아닌 곳이 되었다. 그래도 다시 들어가야 한다면 그는 거침없이 발길을 돌렸을까? 아니면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트라우마가 생겼을까?

뮤지컬 ‘아가사(연출:김지호)’는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실종 열하루 동안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추리극이다. 실화를 소재로 한 만큼 이야기는 가벼운 흥밋거리로 끝나지 않는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처럼 흥미진진하면서도 깊은 진정성을 잃지 않는다.

2014년 이해랑 극장에서의 초연과 연이은 앵콜 무대로 상당한 관심과 애정을 받았던 뮤지컬 ‘아가사’는 2015년 김수로 프로젝트의 첫 대형 프로젝트로 대극장 무대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주인공인 아가사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좀 더 입체적으로 표현했으며 영상, 복층 무대, 앙상블들이 이야기에 힘을 더한다.

노년의 아가사. 60번째 소설출간을 기념하는 파티에서 축전들이 소개된다. 그 중에는 R이라는 사람이 보낸 미스터리한 편지가 있다. 의아해 하는 사람들 속에 오직 한사람, 아가사만이 그 편지의 뜻을 알아듣는데 아가사는 R-레이몬드와 편지를 주고받는다. 1926년 12월, 아가사가 사라졌던 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성공한 작가로서 행복해 보이는 아가사. 그러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이는 것은 단면일 뿐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아니, 말할 수 없는 그녀는 ‘아가사’라는 틀 안에 갇혀버린 듯 보인다.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자신이니까. 실종 후 발견되었을 때 아가사가 자신의 딸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스스로에게 가장 큰 상처가 된다면 자신조차 잊어야 살아 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누구보다 정의롭지만 ‘살인’의 여왕이라는 칭호와 추리 소설가이기에 듣게 되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이 점점 무거워진다. 그리고 알게 된다, 가장 가깝다 여겼던 이들도 역시 그러하다는 것을. 그래도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마음에 맞선다. 자신을 향한 레이몬드의 순진한 믿음을 지켜준다.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은 얼마나 짙고 깊은가. 스스로 대응할 수 있다고 믿지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어둠을 모르기에 더욱 위험하다. 순식간에 물들어 버리니까. 그래도 그 어둠을 헤치고 나올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의 마음뿐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결국 누구나 붉은 실이 있다면 라비린토스는 그저 복잡한 길일뿐, 출구가 있는 것이다.

초/재연에 비해 캐릭터들이 좀 더 입체적이 된 것은 반갑지만 치명적일 만큼 매력적이던 로이가 갈 곳을 잃은 것 같아 아쉽다. 로이와 아가사가 추던 탱고는 팽팽한 두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 볼 수 있던 명장면이었는데 이번 버전에선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대극장에서 올리면서 많은 부분이 확장되었지만 작품의 본질은 잃지 않아 좋았으며 미스터리한 작품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다채로운 영상과 앙상블들의 활약으로 인해 풍성해져 볼거리가 더욱 많아졌다.

처절하게 자신과 싸우고 있는 주인공 아가사 역에 최정원과 이혜경, 낯선 곳에서 아가사를 돕는 매력적인 남자 로이 역에 강필석, 김재범, 윤형렬, 아가사 실종에 키를 쥐고 있는 소년 레이몬드 역에 박한근, 정원영, 주종혁(라이언), 슈퍼주니어의 려욱, 이 밖에 황성현, 추정화, 김형균, 박준후, 안두호, 이선근, 박종원, 한세라, 소정화, 박서하, 윤경호, 정승준, 정재용, 이찬종, 양서윤, 민경아가 출연한다. 오는 5월 10일까지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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