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시스트라테(연출:송현옥)’는 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작품으로 그리스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칼리스트라토스(Callistratos)라는 예명으로 기원전 411년 겨울에 열린 디오니소스 축제인 레나이아제에서 상연한 작품이다. 몇 등을 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상당히 파격적인 작품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한다.
기원전 411년 지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아테네나 스파르타 모두가 피폐해지고 고통스러웠지만 특히나 아테네는 매우 심각했다. 선동정치의 소산이라 여긴 현명한 리시스트라테가 여성들끼리 힘을 모아 섹스 스트라이크를 통해 남자들의 각성을 이끌어 낸다는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단 물결은 고전 중의 고전인 연극 ‘리시스트라테’를 현대적 의미와 예술 감각으로 재해석해 냈다.
양국 모두가 전쟁으로 인해 지친 상황에서 아테네의 젊은 유부녀 리시스트라테는 아테네 여자들과 적국인 스파르타의 여자들을 설득해 남편들이 동족간의 전쟁을 그만두지 않으면 잠자리를 거부하기로 결의한다. 처음에 무시하던 남자들은 군자금까지도 확보하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여자들에게 백기를 들게 되어 마침내 전쟁이 끝나게 된다.
지난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직전 즈음에 몇몇 나라의 여성들이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남성과는 잠자리를 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신문 속의 그녀들은 "잠자리를 거부해 전쟁을 멈추자 끝내자"고 현대판 리시스트라테가 되었던 것이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지만 여전히 사회는 고대 그리스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시대는 변하고 보이는 풍경은 달라진다. 심지어 물질과 생활은 의학과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상상도 못하던 일들이 일상이 되는 것이 21세기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본질이란 변함이 없다. 여전히 전쟁은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아이와 여자들은 생존마저 위협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어이없어 보이는 리시스트라테의 생각과 같은 사람들이 지금, 현재에도 살고 있는 것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단지 여자들뿐인가. 남자들은 정말 싸우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생각뿐인가? 무의미한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연극 속의 남자들은 제일 중요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정치를 하고 있어 어리석어 보인다. 그러던 그들이 어쩌면 가장 정직한 본능 앞에 사회적 지위도 국가 간의 이념과 이익마저도 내려놓는다. 바라는 것은 잠자리뿐.
여전히 전쟁 중이었던 시기에 이런 연극이 상연되다니 풍자가 놀랍다. 어쩌면 그리스인들도 연극을 보며 통쾌했을까, 지금 객석에 앉아있는 우리처럼. 실컷 웃다보니 체면도 위선도 그럴 듯한 이념도 사실 아무 것도 아니란 것을 깨닫는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살아가야하는 본질은 달라진 것이 없으니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때 만나는 자기 자신이 아닐까.
극단 차이무와 극단 파크에서도 제목을 달리해 상연되었던 작품으로 이번 극단 물결의 ‘리시스트라테’는 사회 각 계층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코러스로 참여하여 연극과 일반인들의 간격을 좁혀 보려는 시도로 화제를 모았다. 김남중 비올리스트, 김재은 사진작가, 박종원 헤어디자이너, 작가 도상란, 황훈성 동국대 교수, 천지훈 성형외과의사, 이정순 주얼리 디자이너 등 25여 명이 연극 '리시스트라테'에 특별출연을 해 연극을 알리고 있다.
리시스트라테 역에 조선주, 칼로니케 역에 이은지, 미리네 역에 오주원, 스파르타 대표인 람피토 역에 장교환 배우가 여장을 해 객석을 즐겁게 해 주었으며 같은 스파르타 여자인 스타시 역에 신민주, 카카라 역에 김현승, 키네시아스 역에 장준현, 이 밖에 안성욱, 김산성, 박설화, 도상란, 임재현, 유태성, 신동혁이 함께 한다. 오는 29일까지 대학로 자유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