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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3-30 14: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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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길지 않은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를 생각할 때 역사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2002년 ‘오페라의 유령’과 2004년 ‘지킬 앤 하이드’두 작품이 아닐까. 여러모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작품들이다. 특히 ‘지킬 앤 하이드’는 브로드웨이에서 스릴러 특유의 분위기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이었음에도 창작진의 노력과 좋은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로 오히려 한국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게 되었으며 현재 10주년 기념공연 중이다.

누적관객 90만명, 누적 공연 회차 887회, 연일 이어진 매진, 티켓오픈 때 서버다운, 다양한 기록과 함께 또 하나의 대기록은 조승우의 발견이다. 영화배우로 활약하던 조승우는 인간의 이중성을 설득력 있게 연기해 뮤지컬계의 대 스타가 되었으며 그 때 그의 공연을 본 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들 가운데 배우의 꿈을 키우고 이룬 이들과 공연계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이룬 이들을 실제로 숱하게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1886년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스티븐슨(Robert L. Stevenson)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을 원작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과 악, 내면을 분리시켜 정신을 통제하고자 했던 헨리 지킬의 이야기에 엠마와 루시를 등장시켜 로맨스를 더한 작품이다.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으며 독일, 스웨덴, 일본, 이탈리아 등 세계 10여 개국에서 공연되었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인간의 정신을 분리하는 실험을 하는 의사 헨리 지킬은 직접 인간에게 실험해보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고자 하지만 거센 비난과 함께 거절당한다. 실험을 성공시키기 위해 결국 자신의 몸에 직접 실험을 하게 되는데 그의 어둠인 ‘에드워드 하이드’가 나타나더니 점점 통제하기 힘들어진다.

실험이 계속될수록 약혼녀인 엠마와는 멀어지고 우연히 만났던 거리의 여자 루시는 친절한 지킬 박사의 도움에 그를 사랑하게 된다. 집착에 가까운 실험이 계속 되던 어느 날부터 병원 이사회의 임원들이 하나 둘 살해당하기 시작하고 런던은 공포에 물든다.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는 역시 음악이다. 모든 것을 내포하면서 의미심장하게 질문을 던지기도하고 때로는 인물의 감정을 디테일하고 깊게 표현해 듣는 이들을 작품 속으로 온전히 데려가기 때문이다. 이 작품으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가 된 프랭크 와일드 혼의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한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 ‘대결(The Confrontation)’, ‘당신이라면(Someone Like You)’등의 음악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강렬하다.

그 음악에 힘입어 힘차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역시 주인공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이다. 신념을 향한 굳은 의지, 마침내 발견하게 되는 흉포한 어둠, 두려운데도 포기할 수 없는 실험,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안타까움. 정말 보여줄 것이 많다. 그리고 남우들의 대표 워너비역할인만큼 모든 것을 다해 자신을 내던질수록 작품 내내 눈을 뗄 수 없다. 매력적이지만 안쓰러운 그는 결국 ‘또 다른 나’인 것이다.

선정적인 공연을 보는 것이 민망할 만큼 신사적인 지킬, 그러나 섹시한 루시의 유혹하는 눈빛에서 눈을 떼지 못하기도 한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친절을 베풀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다른 의도가 있을까 의심하기도 한다. 사람은 그렇게 양면만이 아닌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악’을 분리해내자 순수한 악의 응집력은 자신을 찾아 낸 존재마저 파괴하려든다. 아무런 가책 없이.

그래서 그렇게 힘이 넘치는 것이다. 지킬 박사가 가지고 있는 가책, 책임감, 연민 같은 것은 그에겐 없으니까. 가차 없이 해치울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대목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못마땅해도 억울해도 참아내야 하는 일들이 여전하기에 거침없는 그의 칼날은 오싹할 만큼 후련하다. 그 때일까, 지킬의 어둠 하이드처럼 내 안의 어둠이 꿈틀대는 순간이.

작품이 한국에서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초연부터 활약, 엄청난 에너지와 성량으로 무대뿐 아니라 공간마저 채워버리는 여전히 대단한 류정한과 작품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연기의 지존 조승우 역대 지킬 앤 하이드 가운데 가장 큰 획을 그은 두 배우와 2014프랑켄슈타인으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박은태, 뮤지컬계의 가능성 조강현이 새롭게 합류했다.

오랫동안 댄버스 경을 함께해 온 김봉환 배우와 어터슨 역의 김희정 배우, 엠마 역의 이지혜와 조정은, 루시 역의 쏘냐와 린아, 리사, 역시 여러 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조연들과 앙상블들이 든든하게 작품을 채워주고 있어 10년간의 명성이 괜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초연 때의 팀이 다시 뭉쳤으며 초연부터 연출을 맡았던 데이비드 스완 역시 함께한다.

꼭 봐야하는 1순위 뮤지컬로 자리 잡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10년을 함께 한 만큼 앞으로도 계속 또 다른 기록을 남기며 승승장구하기를. 오는 4월 5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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