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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4-10 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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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이 구별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분명 벗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제자리에서 빙빙 돌아 어느 새 출발했던 곳에 다시 도착한다면, 그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연극 ‘여우인간(연출:김광보)’은 25개의 에피소드를 엮어서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란 노래와 함께 2008년부터 2014년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 총선과 대선, 노무현대통령의 죽음, 세월호 사건까지. 일종의 블랙코미디지만 풍자조차도 가볍지는 않다.

숫여우 한 마리가 사냥꾼이 놓은 덫에 걸린다. 꼬리를 자르고 살 것이냐, 그대로 잡혀서 죽을 것이냐.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쪽을 택해 살아난 숫여우는 월악산 여우들을 선동해 꼬리를 자르게 한다. 꼬리가 잘린 4마리의 여우들은 인간 사회로 들어가게 되는데 정보요원, 사회변혁운동연합 대표의 비서, 오토바이 소매치기, 비정규직 청소부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여우들을 통해 시대를 비추는 이를테면 풍자 우화극이다. 흔히 자기답지 않게 일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예상치 못한 일들로 당황스러울 때 ‘꼭 여우한테 홀린 것 같아.’라는 말을 쓴다. 여우 사냥꾼은 이 흔한 말을 진짜라고 가정하고 여우들이 인간행세를 하며 사회혼란을 야기한다며 여우들을 잡으러 다닌다.

어쩐지 여우라고 하면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동원해 원하는 바를 이루는 느낌이 든다. 둔한 거 보다는 낫지만 어딘가 이기적이고 약삭빠르달까. 하지만 그 또한 인간들이 규정해놓은 이미지일 것이다. 뭔가 일이 생길 때마다 여우 탓을 하며 핑계를 대는 것이야말로 정말 약삭빠르고 비겁함에도 불구하고.

우화임에도 연극은 조금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놀이 형식인 덕분에 각 에피소드를 이루는 소재들이 상당히 무거움에도 상쇄시켜준다. 특히 ‘애도의 노래’, ‘세월의 노래’부분은 담담한 노래가 오히려 더 깊은 슬픔이 되어 다가왔다. 지킬 수 없는 소중한 생명들. 시간을 돌려 이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어쩌면 또 똑같은 꼴을 다시 지켜 봐야만할 것 같아서.

여우들의 정신적 지주인 구미호는 여우에 대한 인간들의 탄압이 계속되면 누가 여우이고 사람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는 ‘뫼비우스의 띠’가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끝없이 반복되는 잘못과 슬픔들이라니 너무나 끔찍하지 않은가. 과거와 현실사이를 맴도는 그 악순환 속에 희망이란 없기 때문이다.

등단 이후 꾸준히 시대를 풍자해 온 극작가 이강백 선생과 이러한 시대에 뚝심 있는 작품을 내놓은 김혜련 예술감독, 미니멀리즘의 대가 김광보 연출이 합작했으며 별다른 무대 장치 없이 연극적 설정으로 이루어진다. 서울시 극단 이창직, 강신구, 유연수, 문경희, 김신기, 주성환, 문호진, 한동규, 이철의, 유영욱, 하인환, 박세기, 박진호, 조용진 등 25명의 배우들이 함께 출연, 무대를 채우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오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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