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림걸즈(연출:데이비드 스완)’는 1960년대 R&B 흑인여성 그룹 슈프림스(Supremes)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가수를 꿈꾸는 에피, 디나, 로렐 세 소녀가 성공을 꿈꾸는 세일즈맨 출신의 매니저 커티스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화려하지만 잔인한 양날을 가진 백인 중심의 쇼 비지니스 사회에서 성공을 향한 열정과 좌절,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1982년 브로드 웨이 초연에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과 남·여우주연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을 석권해 큰 화제가 되었으며 2006년에는 비욘세 놀스, 제니퍼 허드슨, 제이미 폭스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했다. 2009년 한국 공연은 그해 베스트외국뮤지컬상을 비롯해 한국뮤지컬대상 6개 부문 수상, 더뮤지컬어워즈 3개 부문 수상 기록을 세운 수작이다.
가수가 되기를 꿈꿔온 세 소녀는 자동차세일즈맨 출신의 커티스와 만나 인기가수 지미의 백 코러스가 된다. 지미의 코러스를 하면서 커티스의 계획대로 데뷔하게 되는데 항상 메인보컬을 맡아오던 에피가 아닌 아름답고 부드러운 음색을 가진 디나가 중심이 된다. ‘드리메츠’라는 이름에서 ‘드림즈’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하지만 에피는 점점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팀을 떠나게 되고 ‘드림즈’는 새 멤버를 받아들여 활동한다. 에피는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영화의 영향인지 귀에 익은 명곡들이 계속 흘러 나와 지루할 틈이 없다. 이야기 전개가 다소 빨라서 상황이 급하게 해결되는 아쉬움도 있지만 아름다운 음악이 곳곳을 채워주고 있기 때문에 극에 몰입도는 상당히 높다.
특히 쇼 비즈니스 세계의 비정함을 보여주는 '스탭인 투 더 배드 사이드(Steppin' to the bad side)'에서의 영상을 활용한 군무라던가 '원 나잇 온니(One Night Only)'를 에피가 솔로로 부르는 모습과 드림즈가 댄스곡으로 편곡해 부르는 장면이 엇갈려 나오는 부분은 무대이기에 가능한 멋진 장면이다. ‘드림걸즈’에서 비욘세가 불러 제대로 히트한 '리슨(Listen)'은 영화와 달리 에피와 디나가 함께 부르며 화해하는 장면에 쓰였는데 명곡답게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화려한 쇼’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화려하고 알찬 작품이다. 660개의 셀을 활용한 무대도 볼거리이며 가끔 과할만큼 대단한 여배우들의 가창력을 마음껏 들을 수 있다. 즐겁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사랑하는 남자와 그토록 바라던 꿈을 동시에 잃은 에피. 사실 에피는 감정적이고 그리 호감 가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에피가 부르는 ‘앤드 아임 텔링 유 아임 낫 고잉’(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은 모든 것을 잃은 그녀를 향한 애정이 절로 솟아오르는 시간이 된다. 에피가 된 차지연의 절절함에 시간이 멈춘 듯 했다.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았던 에피와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했던 디나.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었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듯 했던 에피가 디나에게 손을 내민다. 급작스런 화해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모습은 커다란 감동으로 남는다.
사람에겐 꿈이 필요하다. ‘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라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꿈은 중요하다. 하지만 꿈을 꿀 때 이룬 다음을 생각해봐야하는 지도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그렸던 꿈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였을까, 꿈을 이룬 대가로 자기 자신을 잃는다면 진짜 꿈이 이루어진 것은 아닐 터, 어쩌면 진짜 꿈이란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집쟁이였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조금씩 자신의 길을 찾아낸 에피와 화려한 빛의 세계 속에서 진짜 원하는 꿈을 기억해내고 다시 시작하려는 디나.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빛을 움켜쥐는 것에 급급하다면 결코 그녀들이 발견한 길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마음이 가는 방향을 잃지 않고 진짜 꿈을 향하는 이들을 응원해본다.
멋진 목소리로 가슴을 파고드는 에피 역에 차지연, 최현선, 박혜나, 아름다운 외모에 부드러운 음색 시대 최고의 대중가수가 된 디나 역에 윤공주, 박은미, 유지, 두 사람 사이에서 결코 존재감을 잃지 않는 로렐 역에 난아, 꿈이 변질되어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커티스 역에 김도현, 김준현,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가수 지미 역에 최민철, 박은석 등 가창력의 집결지처럼 느껴질 정도로 재능 있는 여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오는 5월25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