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소극장에서 손톤 와일더 작 오세곤 번역 번안, 이원현 예술감독, 이신영 연출의 ‘금천구 시흥동 2015번지’를 관람했다.
손톤 와일더는 1887년 4월 17일 위스콘신 주 메디슨 시에서 출생하여, 어린 시절 그곳에서 교육을 받은 후, 1905년부터 92년까지 부친이 상해와 홍콩의 총영사로 있는 동안 그곳에서 교육을 받고 1910년부터 12년까지 버클리에서 그리고 1913년 캘리포니아 주의 Ojai에서 Thacher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후에 예일대학을 졸업한 다음 고등학교와 시카고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소설 · 희곡을 썼다. 격조 있는 문체와 신선한 형식,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는 명상적인 작풍,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인생을 긍정하는 태도에 의하여 미국 문학계의 특이한 지위를 차지하였다.
소설에는 사고사(事故死)한 인물의 과거를 추구하여 신의 섭리인가 우발적인 사고인가를 구명하는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The Bridge of San Luis Rey’(1927), 서간문과 일기문으로 카이사르 등 로마인의 사생활을 전하는 ‘3월 15일 The Ides of March’(1948),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를 둘러싼 인간성의 미묘함을 그린 ‘제8일’(1967) 등이 있다.
희곡에서도 무대의 시간.공간의 틀을 깬 비 사실(非寫實) 형식을 구사하여 인류의 유구한 주제와 정면 대결, 1막극집 ‘긴 크리스마스의 정찬(正餐) The Long Christmas Dinner’(1931)을 비롯하여, 연애와 결혼 그리고 죽음이라는 가정생활의 평범한 사건을 파헤친 ‘우리 읍내 Our Town’(1938), 빙하. 홍수.전쟁의 재해를 헤쳐온 인류의 의의를 호소하는 우의극(寓意劇) ‘위기일발 The Skin of Our Teeth’(1942), 뮤지컬 ‘헬로, 돌리’의 원작이 된 인생을 구가하는 희극 ‘중매인’(1954) 등의 걸작이 있다.
어릴 때부터 소설과 희곡을 서온 그는 Oberlin대학과 예일 대학을 다니는 동안 2대학의 문학잡지에 작품을 기고했다. 특히 Oberlin대학 재학 시에는 Chaales Wager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손톤 와일더는 당시의 미국의 극 주류와는 별도의 위치를 차지한 고립되고 독창적인 극작가이다. 극의 내용면에서도 극의 극은 어떠한 사회성도 표방하지 않고, 우주속의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근본 문제로 삼고 인간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제시한다. 극의 수법에 있어서도 사실주의극과는 다르게 관객의 상상력을 중시하고 극에 대한 환상을 깨는 수법을 채택한다. 작품수로 볼 때 소설에 비해서 훨씬 적은 수의 희곡을 쓴 와일더이지만 역설적으로 그가 희곡작가로서의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그가 누구보다도 미국적인 특성을 평범한 내용 속에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가이기 때문이다
‘금천구 시흥동 2015번지’는 손톤 와일더의 ‘우리읍내’를 번안한 연극이다. 무대 좌우에 정사각의 입체 조형물이 여러 개 쌓여있고, 출연자들이 그 조형물을 이동시켜 극의 전개에 맞도록 배치한다. 그리고 출연자가 극의 1970년대, 1980년대 등, 극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관객들에게 설명한다. 조명으로 객석 뒤쪽에 보름달이 뜨는 것으로 설정하고, 여자출연자가 등장해 친 대중적 대화로 연극이 시작되면서 마을의 의사 김 원장이 일찍 모습을 보이고 신문 배달원이 뛰어다니며 신문을 집집마다 던지는 시늉을 한다.
김 원장 부인은 아들 철수를, 옆집의 이 선생 부인은 딸 영희를 깨워 학교에 보내는 등 평범한 일상적인 생활모습이 펼쳐진다. 아이들은 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마을의 부인네들은 부인들대로의 평범한 일상을 떠벌이며 1970년대의 풍경이 전개된다. 이런 마을 모습이 소개되면서 1막이 끝난다.
2막이 되면 출연자가 흘러간 세월이 몇 년인가를 알린다. 2막은 사랑과 결혼이 주제다. 김 원장 부인과 이 선생 부인은 각각 아들 철수와 딸 영희의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인다. 철수와 영희의 혼례장면과 주례사가 연출되고, 결혼식 떡이 관객에게 분배된다. 출연자들이 쟁반에 떡을 담아 객석을 돌아다니며 나누어 준다. 결혼식 장면이 끝나면 관객들에게 2막이 끝났다고 전한다.
3막은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무대는 공동묘지다. 망자가 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를 낳다 죽은 영희가 어린 시절 자신의 집으로 가겠다고 소망한다. 소망대로 영희는 자신의 열두 번째 생일날로 되돌아간다. 과거로 돌아간 영희는 가족의 일상을 접하게 되고, 자기 어머니가 너무 바빠서 소소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영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살아 있음의 소중함과 일상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무덤으로 다시 돌아온다. 여전히 신문배달부는 신문을 돌리고, 나이든 모습의 철수가 등장하면서 출연자가 이제 극이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면 연극은 끝난다.
김인수, 박우열, 김도연, 박새롬, 유일한, 김연진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최병훈, 음악감독 이상규 양지현, 연주 양지현, 안무 민들레, 의상디자인 손대한, 조명디자인 최라윤, 분장디자인 노성인, 조연출 권민수, 조연출보 신승용 조성준, 그림 이동철, 기획 손동영 손지나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노을의 손톤 와일더 원작, 오세곤 번역 번안, 이원현 예술감독, 이신영 연출의 ‘금천구 시흥동 2015번지’를 성곡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