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솔 오페라단(단장 이소영)과 이탈리아 모데나 루치아노 파발로티 시립극장 합동공연의 푸치니 작곡, 쟌나 프라타 지휘, 크리스티나 페쫄리 연출, 장서문 협력연출의 ‘일 트리티코(Il Trittico)’를 관람했다.
오페라 ‘일 트리티코(Il Trittico)’는 ‘외투(Il Tabarro)’ ‘수녀 안젤리카(Suor Angelica)’ ‘쟌니 스키키(Gianni Schicch)로 구성되어 있다.
세 작품) 중 첫 번째인 ‘외투(Il Tabarro)’는 한때 푸치니의 라이벌로 꼽힌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나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처럼 유럽 기층 민중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베리스모’ 치정살인극이다. 베리스모는 ‘사실주의’라는 뜻을 지니지만 프랑스의 에밀 졸라 풍 자연주의에서 더 짙은 영향을 받은 오페라계의 새 경향이다. 파리 센 강을 배경으로 한 프랑스 작가 ‘디디에 골드’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것도 자연주의적 성향을 짙게 나타낸다.
무대는 거대한 원형의 교각아래에 정박해 있는 배에서 벌어진다. 짐을 나르는 남루한 모습의 인부와 담배를 입에 문 선장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희망 없는 세상을 규탄하는 젊은 남자(테너) 루이지의 격렬한 아리아 ‘일리 있는 말이다(Hai ben ragione)’나, 극 말미의 급박한 살인 장면에서 강렬한 관현악의 효과는 정통 베리스모 극으로서 이 작품의 성격을 드러낸다. 그러나 한층 우리에게 호소 력있게 다가오는 장면은 대사 그대로 푸치니 특유의 ‘이상한 노스탈지아(Strana nostalgia)’가 표현되는 루이지와 여주인공 조르제타의 2중창 ‘나도 비슷한 꿈이 있어요(E'ben altro il mio sogno)’다. 여기에서는 푸치니 특유의 유혹하는 듯한 목관과 뜨거운 현악, 적시에 터지는 금관의 ‘푸치니 포르테’가 두 주인공의 꿈과 열망, 유혹을 강렬하게 뒷받침한다.
두 번째 작품 ‘수녀 안젤리카(Suor Angelica)’는 푸치니의 장기를 잘 발휘하도록 설계된 작품이다. ‘마농 레스코’나 ‘라보엠’ ‘나비부인’에서처럼 가녀린 여주인공이 보호받지 못하고 애처롭게 죽어간다. ‘행복했던 과거가 있었고, 긴 세월이 흘렀고, 이제 가슴 아픈 최후의 순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며 더욱 슬퍼진다’는 ‘푸치니 공식’도 동일하다. 다만 ‘행복했던 과거-긴 세월의 흐름’이란 중간 과정이 생략되고, 슬픈 마지막 시점에서 극이 시작된다는 사실이 다르다.
무대는 수녀원의 전경이 우아하게 펼쳐진다. 차단막이 무대 좌우에서 나타나 장면전환에 사용이 되고, 수많은 향로 병이 놓인 이동 제단이 눈길을 끈다. 압도적인 무대에 노래로 기량을 드러내는 수녀들과 안젤리카의 열창이 가슴에 다가온다.
이 극에서는 또한 ‘나비부인’에서처럼 애절한 모정을 노래하는 아리아가 관객의 심금을 울리도록 했다. 극의 마지막에는 ‘예수에게 젖을 주어 기른’ 성모에의 찬가가 무대 뒤에서 들려오며 신비한 효과를 자아낸다. 주변의 증언에 따르면 푸치니가 헌신적인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지만, 그는 소년시절 성당 오르가니스트가 되도록 교육받았으며 ‘에드가’의 레퀴엠(진혼곡) 장면, ‘토스카’의 테데움(찬미가) 장면 등 그가 오페라에 삽입한 종교적 장면들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세 작품의 마지막은 푸치니의 향토인 토스카나의 여섯 세기 전 선배인 단테의 ‘신곡’에서 따온 ‘자니 스키키(Gianni Schicchi)’다. ‘늘 외국에서 소재를 가져온다.’는 질타를 들어온 푸치니로서는 오랜만에 ‘캄파닐리스모’(향토주의)를 주장할 수 있는 작품이며, 그가 처음 손댄 희극이기도 하다. 누구나 처음 듣고 따라 흥얼거릴 수 있는 인상적인 소프라노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전략적으로 삽입하고, 마지막 장면은 오스트리아의 교향곡 대가 구스타프 말러를 연상시키는 농밀한 화음을 관현악에 흘려 ‘의고적 소재를 다루지만 기법은 선진적임’을 강조한다.
무대는 부호저택으로 더할 나위 없는 건축양식이고, 중앙에 시체가 놓인 개폐식 장롱 같은 방의 문이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출연자들이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든 두꺼운 담장도 제격이다.우리나라에서는 ‘자니 스키키’의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로 잘 알려지고, 오페라 ‘자니 스키키’만 별도로 공연되기도 했다.
엘리야 파비안, 손동철, 김인휘, 루벤스 펠리짜리, 리자 호벤, 김은희, 우수연, 김신혜, 카탈로 카푸토, 안토넬라 콜라이안니, 마테오 다폴리토, 티나 달레싼트로, 스테파노 리날디 밀리아니, 윤오건 등 출연자 전원의 정상급 기량이 3시간의 공연동안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솔 오페라단원의 기량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나무랄 데가 없는 출중한 성악가로 구성되어, 솔 오페라단의 발전적인 장래를 예측하기에 충분하다.
예술총감독 알도 시실로.김영미, 예술감독 디노 데 팔마, 음악감독 조현수.홍지혜, 무대디자인 쟈코모 안드리코, 의상디자인 쟌루카 팔라스키, 조명디자인 체자레 아체타, 무대설치 남기혁, 무대기술 카티아 바바레시.안토니오 머쿨란, 무대감독 박재현, 조명감독 강호상, 분장감독 임유경, 의상감독 한경인.메니체티 알렉산드로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고, 디오 오케스트라의 정상급 연주가 분위기를 상승시켜, 솔 오페라단(단장 이소영)과 이탈리아 모데나 루치아노 파발로티 시립극장 합동공연의 푸치니 작곡, 쟌나 프라타 지휘, 크리스티나 페쫄리 연출, 장서문 협력연출의 ‘일 트리티코(Il Trittico)’를 고수준 고품격의 오페라로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