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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5-21 1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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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커다란 옷을 입고 빨간 코를 가진 광대가 귀여운 걸음으로 무대에 섰다. 옐로(노랑 광대)다. 당나귀의 귀일까, 왠지 나는 아기코끼리의 그것처럼 생긴 귀를 가진 그린즈(초록 광대) 7명이 차례로 등장한다. 걸어 다니는 모습만 봐도 귀염이 마구 튀어나온다.

광대. 사전적 의미로는 직업적 예능인, 얼굴에 그림을 그린 배우를 말한다. 가장 유명한 광대는 아마도 찰리 채플린일 것이다. 웃기지만 서민적인 그의 애환, 상황을 반전시키는 기발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가 영화에서 활약했다면 무대에는 마르셀 마르소가 삐예로 ‘빕’을 통해 마임을 예술의 경지까지 올려놓았다. 이 광대 계보를 잇는 절대적인 “이 시대 최고의 광대”로 인정받는 이가 슬라바 폴루닌(Slava Polunin, 1950~)이다.

17세에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다 마임에 매료되어 대학을 그만두고 마임 스튜디오에서 광대극을 배우기 시작, 1979년 ‘리체데이’ 극단을 창단해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자신의 극단을 단숨에 러시아의 대표 광대 극단으로 만든다. 이후 영국에 진출해 런던과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세계 공연예술계의 주목을 받는데, 바로 이 작품이 20년째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스노우쇼]이다.

1993년에 초연한 [스노우쇼]는 이제까지 영국의 타임 아웃상과 올리비에상, 러시아의 골든 마스크상, 바르셀로나 골든 노우즈, 뉴욕 드라마 데스크 상 등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세계 연극상을 휩쓸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가는 곳마다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를 투어하고 있다.

귀가 부딪치지 않게 갸웃하는 모습, 커다란 발로 서로 문지르고 똑같이 장난을 치는 모습, 노란 전화기와 빨간 전화기로 통화하다가 느닷없이 들리는 ‘감사합니다’‘안녕하세요’ 한국관객에 대한 서비스에 웃음이 터진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는 이상하게도 터져 나오는 웃음과 동시에 가슴이 미어지는 울컥함이 있다. 광대가 이렇게 사랑스럽고 경이로운 존재였던가.

객석을 뒤덮을 만큼 많이 흘러나오는 비눗방울, 갑자기 머리위로 쳐진 커다란 거미줄, 배로 변하는 침대, 등에 상어지느러미를 단 광대들, 달빛처럼 시리게 빛나는 투명한 공, 이러한 장치들 중 최고는 역시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제1곡 '오 운명의 여신이여'(O Fortuna)'와 함께 눈 뜰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빛 속에 휘몰아치는 눈보라일 것이다.

기차역에서 연인과 헤어지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다 읽고 조각조각 찢어 던져버린 편지가 눈보라가 된다. 울컥하면서도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공연장을 나설 때에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까지, 앞으로도 이 공연이 아니면 다시없을 감정이 아닐까.

이 공연을 위해 준비된 눈의 양만 1t트럭이라니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눈을 가지고 장난치느라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만발하다. 게다가 색색의 커다란 공을 객석으로 보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을 때리고 무대 위에선 여전히 광대들이 나와 노래도 불러주고 관객들에게 장난을 친다. 모두가 어린이가 된 것처럼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다.

관객들이 [스노우쇼]를 통해 ‘어린 시절로의 여행’을 떠났으면 한다고 말한 슬라바의 바람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된다. 언어가 없기 때문에 더욱 깊은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웃음과 슬픔, 밝음과 어둠, 외로움과 즐거움 상반된 감정이 풍부하게 마음을 휘젓는다. 때문에 공연이 끝나고도 자리를 뜨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끽하길 권한다. 어린 시절, 그 눈부심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으니까.

명불허전. 왜 이공연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지 경험해보고 싶다면 할 수 있는 만큼 기대감을 안고 가도 좋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니까. 이달 31일까지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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