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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8-13 21: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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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2017 權利長戰 시리즈 극단 씨어터백의 데아 로어 작, 윤시향 역, 조정화 윤색의 <문신>을 관람했다.

데아 로어(Dea Loher)는 1964년 바이에른주의 트라운슈타인(Traunstein)에서 태어나 현대 독일의 연극을 대표하는 여류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녀는 1998년에 <아담 정신 (Adam Geist)>이라는 작품을 써서 저명한 뮐하임의 연극상을 수상하였다. 여류작가로서 이 상을 수상한 사람은 1997년의 게를린트 라인스하겐(Gerlind Reinshagen)에 이어 그녀가 두 번째이다. 그녀는 원래 뮌헨에서 독문학을 공부하였고, 그 후 베를린의 예술대학(die Hochschule der Künste in Berlin)에서 “무대 글쓰기” 과정을 전공하였다.

당시 베를린 예술대학에서는 하이너 뮐러(Heiner Müller)와 탕크레트 도르스트(Tankred Dorst)를 중심으로 한 사람들이 강의를 맡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1990년 처녀작인 <올가의 공간(Olgas Raum)>을 써서 함부르크 민중극단(Hamburger Volksbühne)이 수여하는 작가상을 수상하였고, 1992년에는 런던의 왕립 극단(Royal Court Theater)이 수여한 연극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몇 년 전부터 그녀는 연출가 안드레아스 크리겐부르크(Andreas Kriegenburg)와 긴밀한 유대를 맺으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데아 로어는 글쓰기 동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의 모든 작품을 관류하는 하나의 동기가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사람을 불구로 만드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늘 나를 섬뜩하게 만들었던 것은 젊은이들도 역시 자신들의 이상이나 이념 그리고 감정 따위를 왜소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제 모든 담들이 무너지고 경계가 터지는 듯하고, 우리는 더 이상 적에 관한 이미지들을 갖지 못하고, 아무 것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우리가 그토록 싸워왔던 것들이 아무런 값어치도 없는 듯이 보이고 또 우리의 삶도 아무런 가치도 없는 듯이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감정이 빈약한 난쟁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나는 그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신념을 늘 갖고 있었지요. 나는 언제나 개개인 모두에게 중요한 뭔가가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파괴한다는 것은 가슴을 절단하는 듯한 체험이라고 믿어왔던 것이죠.'

1992년 그녀는 두 번째의 작품을 썼다. <문신(Tätowierung)>이 그것인데, 이 작품은 엄청난 반응을 불러왔다. 이 작품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며, 사회가 근친상간이라는 문제를 감추려 들고 있는 현실을 고발할 언어적 표현을 찾아 나서고 있다. 데아 로어는 이 작품에서 한 소녀의 억압당하는 개인적인 운명을 중심으로 이 사건을 냉담하고 간결하게 묘사해 나가고 있다.

이 소녀는 아버지로부터 강간을 당한다는 것이 줄거리이다. 이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유와 사랑을 향한 동경이 억압과 폭력에 결부되어 있음을 경험한다. 그 결과 인물들은 엄청난 좌절을 겪는다. 이 좌절을 표현하기 위해서 온갖 단어와 묘사를 동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은 고통스런 외로움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한다. 피부를 찔러서 색채를 집어넣고 또 비록 모든 사람들이 다 이를 볼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평생 동안 지속된다는 점에서, 문신이라는 제목은 상처를 의미한다.

1991 함부르크 폴크스뷔네(Volksbühne) 희곡상, 1992 로얄 코트 극장 극작가 상, 1993 하임 극장 괴테 상, 프랑크푸르트 재단 작가상(Nachwuchsdramatikerin), 1995 쉴러 상, 1997 제이콥 마이클 라인홀트 렌즈 상, 게릿 엔젤크 상, 1998 하임 극작가 상, 2009 베를린 문학상, 플라이서(Fleißer)상, 2010 관객상, 2011 ITI 상, 2013 뮐하임스(Mülheims)상, 2014 엔크하임(Enkheim) 작가상, 2017 요셉 브라이트 바흐 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백순원은 극단 씨어터 백의 대표이자 상임연출이다. 연출작으로는 <햄릿> <인형의 집> <어멈> <개놈 프로젝트>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서바이벌 파라다이스> <소리 공감> <오션 블루> <난파> <고우 허 스토리 스톱 히 스토리> <대통령과 춤을> <소리로 나를 보다> <진흙> <고도 기다리기> <묘지클럽 세 여자> <하녀들>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2012년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 수상, 2013년 2인극 페스티벌 연출 상 수상, 2014년 부산국제연극제 초우수작품상수상 등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미모의 여성연출가다.

무대에는 의자 네 개가 배치되고, 출연자들이 의자를 이동시켜 포개놓거나 거꾸로 놓고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부분조명으로 장면에 따른 분위기를 창출시키고, 고교생에서 성년으로 세월의 흐름은 의상변화로 연출된다.

연극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딸이 등장한다. 후에 큰 딸과 혼약을 맺는 청년이 등장한다. 큰 딸은 근친상간으로 아버지의 애를 잉태하게 된다. 어머니는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아버지의 위세와 억압 그리고 냉대에 짓눌려 죽어 사는 행세와 전신을 가려움증으로 긁어대는 모습만 보일 뿐이고, 막내딸은 어려 천방지축이나 천둥벌거숭이 노릇만 보일 뿐이다. 큰 딸은 훤칠하고 잘생긴 청년을 사귀게 된다. 청년은 큰딸을 좋아하게 되고 청혼을 한다. 그러나 큰딸은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사실로 해서 청년의 청혼에 주저한다.

청년의 계속된 구애에 큰딸은 아버지와의 관계와 임신사실을 고백한다. 처음에는 경악하고 주저하던 청년이 그러한 사실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마음으로 큰딸을 데려간다. 큰딸은 행복을 잠시 맛보게 된다. 막내가 이 집에 나타난다. 놀랍게도 배가 불룩해 가지고, 그리고 이 집에 함께 있게 해달라고 조른다. 곧이어 아버지가 두 사람이 동거하는 집에 불쑥 나타난다.

그리고 큰딸의 임신사실과 자신의 씨라는 것을 알자, 다시 딸을 데려가려고 한다. 큰딸의 동거남에게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하면서. 청년은 폭력에 대항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성질을 부리다가 제풀에 졸도한다. 얼마 후 푸시시 일어난 아버지는 큰딸을 잡아끌고 집으로 데려온다. 그 광경을 보는 어머니는 말 한마디 못 하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몸을 계속 긁적이는 모습과 이런 참담한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는 딸의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엘렉트라 컴플렉스 등 비윤리적 근친 관계를 다룬 영화들은 차별화와 다양성 예술로 분류된다. 국내외에 친족 성폭행 사례가 사회문제화 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근친 소재 작품으로는 영화 <하류1997, 감독 차이밍량>가 있다. 타이페이 중심가를 배회하는 백수 청년 이강생, 시내의 게이사우나를 기웃거리는 중년 남자 묘천, 포르노 테잎 제작자와 불륜에 빠진 중년 여자 육혁정이 등장한다. 사실 이들은 아들과 아버지, 어머니의 관계에 놓인 가족으로 세 사람은 같은 아파트,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서로 간에 최소한의 관계조차 두지 않는 듯하다.

어느 날 게이 사우나에서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조우한 부자는 어둠 속에서 육체관계를 맺고 절망적인 국면을 맞는다. 영화는 한 가족이 왜 사이가 단절된 채 지내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충격적으로 드러냈으며, 그 파격 성을 인정받아 199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 상, 시카고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 <올드보이'(2004, 감독 박찬욱)>는 인간의 증오가 얼마나 끝없는지를 일깨운다. 영화는 하나의 복수극과 또 다른 복수극이 맞물리는 복잡한 구조로 전개된다. 주인공 오대수(최민식)는 15년간 작은 방에서 이유를 모른채 감금당한 채 지낸다. 그는 자신을 감금시킨 이우진(유지태)에 복수하기 위해 실마리를 따라 그를 쫓아가고,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결국 한 남자의 치밀한 복수극으로 판명된다.

유년시절 오대수에 의해 누이와의 근친이 발각된 이우진은 자신이 처했던 근친상간의 비극을 오대수에게도 똑같이 되갚아준다. 오이디푸스적 금기와 맹목의 숙명, 최면술과 파멸을 기둥으로 구성된 스릴러 영화 '올드보이'는 2003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영화 <세비지 그레이스(2007, 감독 톰 칼린)>는 7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베이클랜드가(家) 살인사건을 재조명한 작품으로, 2007년 칸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큰 화제를 일으켰다. 영화는 매혹적인 여성 바바라(줄리안 무어)가 베이크라이트 합성수지 상속인인 브룩스(스테펀 딜런)와의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이루는 과정부터 다루고 있다.

모든 것을 누린 듯 보이지만 자신을 조롱거리로 여기는 상류층 사람들과 계속되는 남편의 무관심으로 인해 바바라의 삶은 독한 술과 친아들과의 위험한 정사로 채워진다. 영화는 바바라의 불안정한 결혼생활, 정신분열증으로 고통 받는 아들 안토니(에디 레드메인)와의 비정상적인 유대 관계까지 리얼하게 보여주며 베이클랜드가의 광기 어린 최후를 재연한다.

영화 <그을린 사랑'(2010, 감독 드니 빌뇌브)>은 비밀스런 여인 나왈 마르완(루브날 아자발)이 숨을 거두고 쌍둥이 자녀 잔느(멜리사 디소르미스-폴린)와 시몽(맥심 고데테)에게 유언장이 전해지며 시작된다. 유서는 자신의 무덤에 관도, 비석도, 비문도 필요 없다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생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으라는 내용이다. 캐나다에서 자란 남매는 옛날 여권과 흑백 사진 한 장 뿐인 조촐한 단서만으로 중동 출신 어머니의 흔적을 따라 긴 여행을 떠난다.

낯선 지형을 통과하고 알지 못했던 슬픈 역사와 조우한 그들은, 나왈이 아주 오랜 옛날에 낳았던 친아들에게 겁탈 당한 뒤 낳은 자식이 본인들임을 자각한다. 영화는 나왈이 친아들이자 남매의 아버지인 아부 타렉을 품에 감싸고 용서하면서 끝이 난다. 기형적인 인생이었음에도 남은 자들의 생을 배려한 어머니의 뜨거운 모성애가 스크린 가득 피어난다.

영화 <룸'(2015,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은 7년간의 감금으로 모든 것을 잃고 아들을 얻은 24살의 엄마 조이와 작은 방 한 칸이 세상의 전부였던 5살 아이 잭이 펼치는 진짜 세상을 향한 탈출을 그린 감동 드라마다. 원작 작가 에마 도노휴가 동명의 제목으로 발표한 소설이 큰 화제를 모은 이유는, 바로 근친상간으로 아이가 태어나고 오랜 시간 동안 감금을 당하면서 살아온 여성의 실화를 모티프 삼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은 이런 자극적인 이야기를 결코 눈요기 감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영화 역시 소설과 마찬가지로 참혹한 현실에서 태어난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또한 아이를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감금당했던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엄마 조이의 진한 모성애를 통해 감동을 전한다. 조이 역을 맡은 브리 라슨은 특별한 모성애를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내며 제88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근친상간을 소재로 한 소설은 일본작가들이 가장 많다. 일본은 근친 간에도 결혼을 인정하는 나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 신문지상에 게재된 부녀지간의 성폭행 기사가 자주 눈에 띄는 걸 보면 기독신앙인들의 말처럼 인류종말이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미라, 이정국, 이승철, 송시우, 이윤주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성격설정과 탁월한 연기력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드라마터그 이유라, 제작지원 이성일 박진희, 음향디자인 박민수, 음향오퍼 김종성, 조명디자인 김윤희, 조명오퍼 김진웅, 홍보 위드에이 오세민 정민규, 홍보디자인 송재민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2017 權利長戰 시리즈 극단 씨어터백의 데아 로어 작, 윤시향 역, 조정화 윤색의 <문신>을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문제작품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공연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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