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종대 기자]지난 23일 현직 신부로부터 7년 전 성폭력을 당했다고, 그것이 최종적으로는 천주교를 위한 일이었다며 용기를 냈던 김민경 씨의 증언이 방송에 나간 직후 김 씨는 취재팀에 전화를 걸어 그동안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두고 있던 분노와 고통이 한 꺼풀은 벗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민경 씨가 그토록 털어내고 싶었던 악몽 같던 기억들은 김 씨의 #MeToo(미투-나도당했다) 고백 이후 뒤틀린 칼날이 되어 김 씨를 다시 괴롭히고 있다.
먼저 가해자의 사과를 거절했다는 유언비어로, 방송이 나간 뒤부터 ‘7년 동안 수차례 사과했지만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수단에서 돌아온 뒤에도 사적으로 만났다.’ 등등 수많은 ‘말들’이 SNS상에서 사실인 양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급기야 몇몇 언론사는 “가해자 한 신부가 김 씨에게 7년 동안 사죄했으나 용서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민경 씨는 수단에서 돌아온 뒤 한 신부를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한 신부와 마주치는 것조차 무서워 전화번호를 바꾸기까지 했다.
또 “수도 없이 사과를 한 (가해자) 한 신부를 용서하지 않고 KBS와 짜고 음해한다”는 유언비어도 덧붙였다. 이제는 가해자 한 신부가 아니라 김 씨에게, 용서를 구했는데도 용서를 받아주지 않은 ‘나쁜 사람’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제도 예외가 아니다. 근거 없는 소문들은 사제들 사이에도 퍼졌다. 대전가톨릭대 총장인 김유정 신부는 “26일 아침 미사 때 신학생들에게 강론”한 내용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지금은 계정에서 내려진 이 글에 김유정 신부는 “그 신부님은 피해자에게 지난 7년간 용서를 구했지만, 용서를 받지 못한 것 같다고 합니다”라고 적었다.
또한 “그 말씀을 들으며, 그 신부님이 그토록 열심히 사회정의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던 까닭이, 7년 전 자신의 죄에 대한 보속(속죄의 행위)의 의미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라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게 숱한 유언비어들이 들끓는 동안 김민경 씨는 “경찰에 한 신부를 고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미 많은 것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어 선처를 구하는 신부님들의 걱정에 동의했기 때문으로 김 씨가 대신 원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달라”는 것이었으나, 김 씨에게 돌아온 것은 사실이 아닌 만들어 낸 말뿐으로 또 다른 고통과 충격뿐이다.
김민경 씨 심리상담사인 김이수 씨는 SNS를 하지 않는 김 씨에게 동의를 얻어 대신 호소의 글을 올렸다. “매체에 끊임없이 유언비어가 돌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김민경 씨는) 매 순간 무너지고 있습니다.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당장 중지해주십시오. 저희는 이러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분명한 법적 조치까지도 고려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주교정의사제구현단은 "최근 보도된 한 모 신부의 강제 추행 사건과 관련해 '7년간 빌고 빌었다'는 몇몇 매체의 보도는 사실과 다릅니다. 바로잡습니다. 피해자분께 또 다른 중대한 피해가 될 만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을 정중히 사과드립니다."라는 공식 정정문을 냈지만, 이 순간에도 퍼지고 있는 김 씨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들과 비난, 그 가운데서 충격과 공포를 다시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은 김민경 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