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준 기자]김대중 전 대통령을 뒷조사 하기 위한 국정원의 ‘데이비드슨 사업’에 관여하면서 수억 원을 불법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는 8일 이 전 청장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이 전 청장은 선고 직후 석방됐다.
재판부는 이 전 청장이 “국정원 협조 요청에 수동적으로 응했을 뿐 내부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 위치였다”면서, “국고에 손실을 입히려 한다는 것을 피고인이 알았다거나 국고손실을 인식할 외부 정황이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것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런 정황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국정원과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신빙성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이 전 청장은 국세청 차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5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뒷조사하는 국정원의 ‘데이비슨 사업’에 관여해 수억 원을 불법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1년 9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뒷조사 활동비 명목으로 대북 공작금 1억 2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선고 직후 “불법공작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국정원이 이런 불법적 요구를 하면 국가기관이 그대로 따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동의할 수 없는 결론”이라고 밝혔다.
또 뇌물 혐의에 무죄가 선고된 것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이 뇌물혐의에 부합하는 증언을 일관되게 유지했는데도 이를 배척했다”면서,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